두 살 때 40야드 날린 '골프신동'

'두 살 때 드라이버로 40야드를 날린 골프 신동'
'아홉 살 때 첫 홀인원 기록'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가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를 소개한 내용의 일부다.

올해 US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골프대회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매킬로이는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매킬로이는 2004년 주니어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의 우승을 이끄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골프에 전념하고자 16세 때 학업도 접은 그는 2007년 2월 단 한 주 동안이었지만 세계 아마추어 골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고, 2009년 2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워 프로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해 유럽골프투어에서 361만 유로(56억원)를 벌어들이면서 상금 랭킹 2위에 올라 유럽 정상급 골퍼로 자리매김했다.

2009시즌이 끝나고서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교통사고에 이은 성추문으로 골프를 쉬겠다고 선언한 이후 매킬로이는 '차세대 황제' 후보에 단골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지난해 5월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 필 미켈슨(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PGA 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려 유럽을 벗어나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우즈가 복귀를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이 대회에서 생애 최악의 성적으로 컷 탈락하면서 둘의 처지가 대조됐다.

이후 매킬로이와 우즈는 유럽과 미국 골프의 '얼굴'로서 대비되는 일이 많았다.

기세를 올리던 매킬로이는 그해 7월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해서는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적어내 4대 메이저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렉 노먼(호주), 비제이 싱(피지)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 대회와 PGA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메이저대회에서도 통하는 스타'로 도약했다.

라이더컵 데뷔전을 치르던 그해 가을에는 "우즈와 맞붙고 싶다"면서 도발하고 나서는 등 '영건'다운 패기도 매킬로이를 돋보이게 했다.

올해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매킬로이는 미국보다는 유럽투어에 전념할 뜻을 내비치며 투어 멤버 자격을 포기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매킬로이를 필두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 등 세계 정상급 유럽 선수들이 잇따라 미국 무대 비중을 줄이면서 미국과 유럽골프의 위상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매킬로이는 그러나 메이저대회만 나서면 '2%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황제' 타이틀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운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둘째 날 8타를 잃는가 하면,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우승을 목전에 둔 마지막 날 라운드의 후반에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해 '그린재킷'을 놓치기도 했다.

특히 올해 마스터스의 '사고'는 전 세계 골프팬의 뇌리에 강렬히 새겨져 있다.

3라운드까지 4타 차 2위를 달리던 매킬로이는 전반에 한 타를 잃었지만 '그린재킷'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10번홀 티샷을 숲으로 보내버려 트리플 보기를 써낸 데 이어 11번홀에서 보기, 12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써내면서 10위 밖으로 밀리고 말았다.

당시의 쓰라린 기억은 오히려 매킬로이에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됐고, 이번 US오픈에서 우즈의 기록을 뛰어넘으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