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쓰고 스마트 기기로 읽는 기술 주목

정성스럽게 손글씨로 써내려간 편지를 간단하게 이름만 적어 여자친구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다면?
혹은 결재 서류에 펜으로 사인을 끝내자마자 사인이 포함된 서류의 이미지 파일을 다른 부서원에게 전송할 수 있다면 어떨까.

조만간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날로그의 이미지를 디지털 신호로 인식하는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추세에 감성이 더해지고 있다.

감성 디지털 시대가 서서히 열리는 셈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닷코드(.Code)'다.

국내 벤처기업 네오랩컨버전스가 개발한 닷코드는 미세한 점으로 구성된 코드를 종이에 인쇄하고 코드를 기반으로 종이 위의 글씨나 그림 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종이에 인쇄된 코드는 패턴 정보다.

이 패턴 정보는 의식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따라서 패턴 정보가 인쇄된 종이는 백지에 가깝다.

이런 패턴 정보는 크기와 상관없이 저비용으로 인쇄할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된 코드는 종이 위에 그려지는 글씨나 그림의 좌표 기능을 한다.

코드값 사이를 지나는 선이나 점들은 위치 값으로 인식돼 스마트펜에 저장되며 이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 전송된다.

닷코드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에 제스처 기능을 더하면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것만으로 전송, 복사, 재생 등의 동적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특정 부분에 체크나 사인을 함으로써 마우스 클릭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네오랩컨버전스가 닷코드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한 제품은 현재까지 5종. 영어 문장 위에 스마트펜을 가져가면 원어민 발음을 들려주거나 해석을 해주는 교육용 자료도 있고 내용에 음성을 추가로 녹음할 수 있는 다이어리도 출시됐다.

현재 네오랩컨버전스는 서울대학교 정보문화학 연합전공 과정의 프로젝트 수업에 닷코드 소프트웨어개발킷(SDK)을 제공하고 있다.

또 EBS와 하이퍼북 서비스 계약을 맺고 올 하반기부터 닷코드 교육 교재의 시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네오랩컨버전스 관계자는 "닷코드와 스마트펜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간극을 없애는 방법으로 디지털의 지평을 넓힌 신기술"이라며 "디지털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교육, 의료시장 등을 중심으로 제2의 종이혁명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대만의 소닉스(Sonix)와 스웨덴의 아노토 역시 이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달구고 있다.

특히 아노토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두업체로 이미지 프로세싱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C테크놀로지의 자회사다.

아노토는 손으로 쓴 노트, 낙서, 스케치 등을 디지털 기술로 전송할 수 있는 포맷으로 전환해주며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노트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한 발짝 앞서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기술의 화두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용 환경"이라며 "펜을 사용해 스마트 기기를 더욱 쉽게 조작할 수 있다면 사용자의 감성을 살리는 것은 물론 정보 격차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