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해 17일 대폭적인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국방장관이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지난 18개월간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벌인 구제금융 협상을 주도해온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재무장관은 환경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스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가 긴축 재정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정치적 사활을 걸고 긴축 재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새 내각에 대한 의회 신임은 19일 묻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급박해진 그리스 사태의 향배를 3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FT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긴축 재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 △긴축 재정안 통과가 실패해도 다른 나라에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EU와 IMF가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하는 경우 △긴축 재정안 통과 실패로 EU와 IMF가 지원을 포기해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에 빠지는 경우 등이다. 정부 긴축안에는 2015년까지 재정을 280억유로 줄이고 500억유로 규모의 국유자산 민영화를 실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그리스는 이달 말께 구제금융 5차분(120억유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5일 만기가 도래하는 24억유로의 국채에 대한 만기 연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긴축 재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EU와 IMF가 그리스를 지원해줄 경우 "구제금융 국가가 자구 노력을 보여야 지원한다"는 IMF의 원칙이 깨지게 된다.

세 번째는 EU와 IMF가 그리스를 포기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선 벌써부터 이 같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은 16일 최대 35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28억유로어치만 발행하는 데 그쳤다. 이날 발행한 국채 중 15년물 금리는 연 6.03%로 지난해 12월 발행 금리(연 5.95%)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