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과 짜고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세를 조종한 증권사 전 직원을 잡아들였다. ELW 부정거래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I증권사 전 직원 김모씨(43)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스캘퍼들과 짜고 지난 1~2월 거래량이 적은 10여개 ELW 종목을 선정해 의도적으로 거래를 일으켜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일반 개미 투자자들을 유인한 후 스캘퍼들은 이익을 남기고 뒤로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또 특정 ELW 종목의 예정 호가를 미리 스캘퍼들에게 알려줘 거래량을 조절하게 하거나 일반 투자자들보다 빠르게 매수 · 매도 주문을 넣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량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ELW 종목은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시세조종을 한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은 김씨와 또 다른 스캘퍼들이 ELW와 주식을 연계해 시세조종한 혐의도 포착했으나 사법처리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세조종을 불법으로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2009년에 도입됐는데,스캘퍼들이 연계 시세조종을 한 시점은 주로 법 제정 전이다.

과거 주식과 파생상품을 연계한 시세조종은 선물거래법에 처벌조항이 있었지만 증권과 증권을 연계하는 경우에는 따로 조항이 없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