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회사라도 철(원재료)만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못(제품)까지 직접 만들 수 있는 정밀한 생산 능력을 갖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

중국 최대의 민영 철강회사인 샤강그룹의 선원룽 회장(沈文榮 · 66 · 사진)은 15일 장쑤성 장자강 샤강빈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은 연 8억t에 달하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과잉이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5~10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느냐가 이익을 내는 기본 요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질적인 성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물류라인을 확보하고 비철강 분야 투자도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 회장은 기계공에서 출발,1975년 십시일반으로 모은 45만위안(7650만원)을 바탕으로 철강업에 뛰어들어 목화 밭을 제철소로 바꾼 입지전적인 인물.'선다단(沈大膽)'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배포와 불과 3년 전까지 비행기 이코노미석만을 고집하던 소탈함으로 유명하다. 샤강그룹 주식 38.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그의 재산은 290억위안(4조9300억원)으로 중국에서 13위다. 샤강은 작년 매출 1786억위안으로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기업에 2년 연속 포함됐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선 회장은 "좋은 회사란 덩치만 커져서는 안되고 기술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보면 짧은 시간 안에 회사의 규모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급속한 성장을 한 포스코 같은 회사에서 배울 게 많다"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와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파이넥스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당장 투자할 생각은 없지만 포스코가 투자한다면 동반 진출할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철강업은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다"며 "정부가 질적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우수한 자원을 가진 중소기업의 합병을 통해 회사의 내실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 회장은 "무엇이든 할 거면 최선을 다하고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4년 90t급 전기로와 고속 생산라인을 독일과 미국 스위스 등지에서 들여오고,1996년엔 포스코와 2억달러 규모로 합작해 만든 공장에서 냉연 스테인리스 박판을 생산하는 등 발빠른 행보로 중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년 후 직접 독일로 날아가 독일 최대 철강회사인 튀센크루프의 주요 설비를 장자강으로 옮겨 놓는 데 성공했고 2002년에는 튀센크루프에서 연산 650만t급 후판 설비를 도입했다. 연산 200만t 규모의 국영기업인 화안강철을 인수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그는 비즈니스맨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일을 할 때 항상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고 실행 가능한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며 성실한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자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