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를 놓고 2파전 양상이 전개됨에 따라 우리 정부가 누구를 지지할지 주목된다.

15일 IMF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사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후임으로는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과 멕시코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중앙은행 총재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 주말 마감한 총재 입후보 등록에 스탠리 피셔(67)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포함해 3명이 지원했지만 피셔 총재는 65세까지로 정한 총재 나이 제한 규정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개도국 후보의 등장으로 선진국-개도국 간 경합 구도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IMF 총재는 유럽측 단일후보가 도맡아왔기 때문에 경선 구도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서 높아진 개도국의 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독식'에 대한 반발 기류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경합 구도 탓에 우리 정부가 누구를 지지하느냐도 관심사다.

외견상 정부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치르면서 선진국-개도국 간 가교, 중간자 역할을 자임해온 만큼 개도국 위상 강화라는 명분론과 라가르드 대세론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아 보인다.

멕시코 측으로부터는 지지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가르드의 경우 작년 G20의 핵심 성과인 IMF 쿼터 개혁의 공신이다.

그는 G20재무장관회의 트로이카(전·현·차기 의장국)로서 쿼터 개혁이 난관에 봉착하자 우리 측 구원요청에 따라 유럽측 입장을 조율했다.

우리 측이 빚을 진 셈이다.

정부의 선택은 3가지가 될 수 있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하거나 기권하는 것이다.

대세론을 따라 프랑스 후보를 지지하거나, 명분론으로 무장한 멕시코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 있고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방법도 있다.

대세론은 IMF쿼터(지분)에 근거한다.

유럽 측 IMF 지분이 독일(6.11%), 프랑스·영국(각 4.50%) 등 35%에 달하고 국가별로는 미국(17.67%), 일본(6.56%)이 1~2위를 차지한다.

미국이 라가르드 장관을 지지하면 당선이 확정적이다.

게다가 이미 러시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개도국의 라가르드 지지도 줄잇고 있다.

정부도 라가르드 지지로 기울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해 라가르드의 카운터파트였던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퇴임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인품 등에서 적임자 중 한 명이며 여장부"라며 사실상 개인적 지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더라도 그 시기와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두 후보가 세몰이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는 경우와 계속 침묵하다가 실제 이달말 IMF이사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때 우리나라가 낀 그룹을 대표하는 호주를 통해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로 갈린다.

사전 지지 선언은 비록 우리나라의 지분이 1.41%에 불과하지만 향후 다른 국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외교적으로 생색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선제적인 만큼 부담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세론에 밀린 멕시코 후보의 중도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셈법이 복잡해질 경우 끝까지 침묵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우리 입장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협의 중"이라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