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정보기술(IT) 자회사인 한전KDN(사장 전도봉 · 사진)에 국내 시장은 비좁다. 국내 '전력 IT' 시장에서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혔지만 국내 시장은 성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해외 사업에 눈을 돌리고 2006년 8월 해외사업 전담조직을 꾸린 이유다.

한전KDN의 첫 수출품은 전력선통신(PLC) 시스템이다. 전력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이 시스템이 말레이시아 멕시코 스페인 등에 팔리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전력 IT 기술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 시스템은 원격검침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돼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전KDN은 최근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으로 최근 세계 전력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한전KDN은 스마트그리드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1992년부터 전력과 IT를 결합하면서 쌓은 노하우 덕분이다. 미국 유럽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중동 등이 한전KDN의 스마트그리드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특히 인도는 한전KDN이 최근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인도 정부가 지난해 9월 '전력 현대화 사업 계획'에 따라 전력 손실률을 35%대에서 15%대로 낮추는 사업을 발주했기 때문이다.

인도 전력 시장 규모는 연간 12조원에 달한다. 한전KDN은 한국의 전력 손실률이 4%에 불과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어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란도 최근 전력 IT 현대화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한전KDN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구이저우성에서 배전 자동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에서도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공사에서도 한전KDN을 빼놓을 수 없다. 원전 관련 정보화 전략 수립을 위한 컨설팅과 함께 성과관리 및 정보공유 시스템,원전 관련 소프트웨어와 전산설비도 공급하고 있다.

한전KDN은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2020년에는 전체 매출의 30%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다. 전도봉 사장은 "한국의 전력 IT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해외 시장은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신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