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벗어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 지표 안정화
기업 이익 추세 상승 기대
하반기부터 수출 모멘텀 부각…2100 아래선 주식 비중 늘려볼 만
실제 2008년 이후 3년 동안 미국 등 전 세계 금융시장에 풀린 돈은 3.25조달러에 달한다. 풀린 현금만 3조달러 이상이라는 점에서 통화팽창 단계를 거쳐 파생된 금액까지 합산한다면 그 규모는 추정치의 2~3배가 넘을 것이다.
◆안정 찾아가는 세계 경제
미국만 해도 1년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8000억달러의 자금을 경기부양에 사용한 상황이다. 유럽 등 일부 지역의 금융불안과 물가상승 압력 등 몇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2년 전만 해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라거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온다고 하던 분위기와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2년간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식 상품 등 주요 가격지표들의 가격 변동성이 크게 줄고 있으며,이 과정에서 주요국 성장률과 기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물론 당분간은 2006~2007년과 같은 고도 성장기 국면까지 진입하기는 어렵겠지만,2008년과 같은 성장률 및 가격지표의 급격한 변화가 아닌,변동성의 하향 안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금융 위기 2년차에서 벗어나는 2011년 이후 주요국 성장률과 변동성 지표는 새로운 안정화 국면인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안정화 과정이 자산의 재평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별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비해 주가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변동성 확대에 대해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를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저평가 현상은 한국만이 아닌 유럽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곧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전년 대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금융위기 이후 2년간 나타난 가격 및 주요 성장률 지표를 보더라도 주식 재평가는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느린 미국 경기회복은 오히려 호재
기세등등하던 국내 주식시장은 2011년 상반기 들어 중동발 악재와 일본대지진,미국의 성장률 둔화 가능성으로 10% 내외의 조정을 몇 차례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고용 부진 등 펀더멘털과 관련된 이슈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발 악재도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거나 미국 실업률이 8% 미만으로 내려가면 증시에는 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유는 이렇다.
우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될수록 기존에 풀어놓은 3조달러의 유동성에 대한 환수 작업과 출구전략의 시행이 지연될 것이란 점에서다.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이전까지는 각국 정부로 하여금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경기가 더블딥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전반적으로는 우상향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회복 속도만 둔화되는 것이라면 증시에는 우호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여기에다 금과 은에서 시작한 상품가격 하락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상품가격 하락의 또 다른 이유가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주식시장에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동발 유가 불안과 일본대지진의 피해로 인해 선진국 경기가 생각보다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점은 시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재료다. 상품가격의 경우에도 은 선물에 대한 투기 수요 청산이 단기적으로 가격 왜곡을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일시적 변화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에 불거진 악재들은 주식매도의 기회가 아닌 매수의 기회로 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길게 보면 여러 악재들 때문에 6월 말 2차 양적완화가 종료돼도 연내 출구전략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뭔가 부양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중장기적으로 좋은 뉴스에 해당된다.
◆코스피 2100 밑에서는 매수해야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지난 3년간의 노력으로 전 세계 연간 성장률은 3~4%대를 기록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커녕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고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나왔던 더블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 및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은 2009년 1분기를 저점으로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상승 폭의 차이는 있지만 주가 및 성장률 측면에서 이미 'V'자형 회복과정에 진입했다고 판단된다.
최근의 몇 가지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글로벌 경제는 주요 성장률 지표들이 완만하게 하락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안정적 물가수준 유지 및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역시 주요 변동성 지표들이 하향 안정화됐다. 기업이익이 추세적으로 상승기에 진입하는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성수기에 진입한 한국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경기선행지수 턴어라운드와 같은 중요한 모멘텀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지역의 상대적 지표개선은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개선시켜 줄 것이다.
물론 미국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머징 국가의 경기 개선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에서 탈피하던 2009년 상반기에도 중국과 한국의 경기 모멘텀이 전 세계 성장률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지수 2100 선 이하는 주식비중을 높여야 하는 매수구간이라고 본다. 3월 중 형성된 연간 저점 1950 선에 이어 2000 선 초반에서 한 단계 레벨업된 저점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월 이후 예상보다 가파른 지수 상승으로 인해 자금투입 시기를 놓쳤던 투자자라면 지금을 중요한 매수시점으로 보고 주도주 중심의 한발 빠른 투자를 권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clemens.kang@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