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입학제가 반값 등록금의 보완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황식 총리가 지난 8일 국회 답변을 통해 기부금이 가난하지만 능력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100% 쓰인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기부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이라고 할 때 10억원의 기부금으로 저소득 학생 100명의 학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사립대학들은 평균적으로 재정 수입의 4분의 3을 등록금에 의존한다. 기부금은 천수답 같은 대학재정에 숨통을 틀 것이다.

그렇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을 것이다. 거액 기부자의 자녀들이 소수의 명문 대학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면 더욱 그렇다. 기부를 통해 자녀를 특정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부모가 많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조기유학은 물론 먼저 외국 대학에 보낸 다음 국내 대학으로 편입시키는 코스도 이미 크게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정원 외 입학생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막상 제도를 시행해보니 별 게 없다는 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우려할 문제는 국민정서와 여전히 동떨어진 제도라는 점이다. 한국의 교육열은 단연 세계 최고다. 대학진학률이 79%다. 반찬값을 줄일망정 자녀 1명당 한 달에 30만~50만원의 사교육비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많이 내면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에 대한 부모들의 상실감과 반발은 비록 그것이 오해와 과장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도 짐작키 어렵지 않다. 실익은 없고 공정성 시비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이번에는 고교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기부금 입학제는 분명 장점이 많다. 가난한 학생을 지원할 방도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검토할 가치도 충분하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시비가 평등주의론과 결합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선 논의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딱한 사정은 이해되지만 정부의 사태 인식이 한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