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TV 중계권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방송사의 중계권료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위스 로잔에서 NBC,미국 최대 케이블TV업체인 컴캐스트와 43억8200만달러(4조7000억원)에 2014,2016,2018,2020년 올림픽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컴캐스트는 NBC의 오너이며 골프채널 등 케이블 방송사도 갖고 있다.

NBC와 컴캐스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권료로 7억7500만달러,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12억2600만달러를 IOC에 지불키로 했다. 강원도 평창이 유치를 노리는 2018년 동계올림픽에는 9억6300만달러,2020년 하계올림픽에는 14억1800만달러를 베팅한다.

◆IOC의 '돈맥',TV 중계권료

IOC의 수입 가운데 TV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IOC가 공개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004년 18억달러,2008년 24억달러를 벌었다. 이 가운데 방송 중계권료 수입이 2004년 14억9000만달러,2008년 1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TV 중계권료의 폭등은 이미 점쳐졌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브라질의 시차가 비슷해 황금 시간대에 TV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IOC는 동계와 하계올림픽의 TV 중계권을 묶어서 판다. IOC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에서만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억~7억달러의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게 됐다.

◆경쟁사 압도한 베팅

이번 중계권 협상에서는 NBC,컴캐스트 외에 '언론 재벌' 루퍼드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의 FOX와 ABC를 보유하고 있는 월트디즈니의 ESPN도 가세해 3개 방송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FOX는 4개 올림픽에 34억달러 또는 2014,2016년 올림픽에 15억달러를 제시했다. ESPN은 2014,2016년 올림픽에 14억달러를 제시했지만 천문학적인 베팅을 한 NBC를 이기지 못했다.

미국의 중계권료가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TV 중계권료 중 미국 NBC는 22억100만달러를 냈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EU)이 IOC에 낸 중계권료는 7억4600만달러였고 일본의 '재팬 컨소시엄'은 2억2000만달러를 지불했다.

◆'승자의 저주' 가능성

천문학적인 금액을 쾌척했지만 NBC가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NBC는 밴쿠버올림픽 때 8억2000만달러의 중계권료를 냈지만 2억23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기 불황으로 광고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적자를 봤다. NBC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는 1억달러의 이익을 봤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컴캐스트의 주가는 올림픽 중계권 인수 뉴스가 나오자마자 0.7% 떨어졌다. 태생적으로 '머니 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중계권료는 갱신할 때마다 급등한다. 독점의 과실은 달콤하지만 훗날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