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미술품 거래를 통해 '돈세탁'을 해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58)가 "밀린 미술작품 대금을 지불하라"며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66)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50억원대 소송을 냈다.

서미갤러리 측은 "2009년 8월 중순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술작품을 팔았으나 이들은 미술작품 대금 합계 781억8000만여원 중 250억원만 지급했다"며 "미지급액 합계 531억8000만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갤러리 측은 "우선 일부 금액을 우선 청구하고 입증 자료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미갤러리에 따르면 홍씨가 사들인 작품은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Bull's head'(작품가 64억원),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빌럼 데 쿠닝의 'Untitled Ⅵ'(작품가 313억원) 등 14점이다. 허스트는 홍 대표가 오리온 비자금 세탁에 이용한 작품의 작가 중 하나다.

홍 관장은 홍씨의 VVIP고객일 뿐 아니라 사적인 친분도 깊다. 이화여대 출신인 홍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서구 현대미술 명품들을 국내에 들여와 학맥을 적극 활용해 삼성 등 주요 기업 쪽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관장과는 미니멀 아트 취향의 서구 거장 작품들을 연결해줘 신뢰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