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중소기업인 대기업들을 골라낸다고요? 중소기업 보호도 좋지만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대기업 관계자의 얘기가 아니다. 중소기업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 측의 입장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중소기업 범위 상한기준'을 새로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 중기중앙회가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2012년부터 중소기업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 지금은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이거나,'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기업들만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500억원 이상'이거나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인 곳들도 중소기업 명단에서 빠지게 된다. 사실상의 '준(準)대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중소기업처럼 지원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을 솎아내고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 조치를 환영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우물만 파서 성장한 기업들에 획일적 기준을 적용해 대기업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전시시설과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S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회사는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전시문화사업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자기자본이 640여억원이다보니 내년부터는 공공조달 시장 입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전시문화사업은 전시관,박물관 등 사실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사업인데 이 회사는 하루아침에 주력사업을 접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정부가 전시문화산업을 지식산업의 하나로 키우겠다며 관련법을 만든 지 불과 4년 만에 1위 업체를 조달시장에서 내쫓는 셈이 된다.

이 회사뿐만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자본이 많다'는 이유로 공공조달시장에서 나가라는 논리는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시장 구조 등을 무시한 채 잣대를 대고 선을 긋는 식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이 중소기업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고경봉 중기과학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