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스마트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국내외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핵심 전략 제품들을 앞세워 사활을 건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2', LG전자 '옵티머스 블랙'과 '옵티머스 빅', 팬택 '베가 레이서', KT테크 '테이크 야누스', HTC '센세이션' 등이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이동 통신사별로 출시 시기와 제품 사양을 달리 했던 예전과 달리 동일한 제품을 동시에 내놓는 것도 특징이다.

제품력 · 브랜드 승부 본격화

올초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은 이동통신사의 영향력이 셌다. 대개의 경우 이동통신사마다 출시 모델을 달리해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3GS를 도입한 KT에 맞서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출시,서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SK텔레콤이 지난 3월 아이폰4를 도입하면서다.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S의 후속 제품을 SK텔레콤을 통해서만 내놓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에 발맞춰 LG전자 팬택 등 다른 국내 업체들도 주력 제품을 복수의 이동통신사를 통해 내놓기로 결정했다. 외국계 업체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이통사의 마케팅보다는 스마트폰 본연의 제품력으로 승부를 판가름짓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도 제품력 경쟁이 벌어진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소득 수준과 신분,개성과 취향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사양 하드웨어 기반 편의성 제고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들은 하드웨어 성능의 고급화와 운영체제(OS) ·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를 통해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바일용 CPU(중앙처리장치)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속도가 빨라지고 디스플레이 장치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고화질의 동영상 감상이 가능해졌다. 갤럭시S2,베가 레이서,테이크 야누스,센세이션 등 대부분 제품들은 초고화질(풀HD) 1080P급 동영상을 무리없이 재생할 수 있다. 대개 800만 화소급 카메라를 장착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뿐만 아니라 소형 캠코더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

그래픽 처리 성능이 좋아지면서 올초부터 등장한 스마트폰용 3D(3차원)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갤럭시S2는 10일까지 자사 콘텐츠 마켓 '삼성 앱스'를 통해 3D 액션 게임 '어쌔신 크리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팬택은 자사 베가 레이서의 9축 자이로 센서와 듀얼 스피커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슈팅 게임 '코스트 디펜스'의 특별판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무선데이터 통신속도가 빨라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갤럭시S2와 베가 레이서는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비해 50% 이상 빠른 '고속패킷접속(HSPA) 플러스' 기술을 적용했다. 갤럭시S2는 모토로라 아트릭스와 함께 5㎓급 고속 무선랜도 이용할 수 있다.



UI · 콘텐츠 경쟁 가속화하나


이용자들이 실제로 휴대폰을 만지고 조작하는 부분인 UI의 개선도 눈에 띈다. 갤럭시S2에 새로 탑재한 '터치위즈 4.0' UI는 뉴스 날씨는 물론이고 특정인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기능까지 직사각형 타일 모양의 위젯(widget)으로 붙일 수 있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른 상태에서 휴대폰을 앞뒤로 움직여 화면을 확대 · 축소하는 기능 등도 편리하다. 옵티머스 블랙부터 탑재한 LG전자 '옵티머스 UI 2.0'은 구동 속도가 대폭 빨라져 호평받고 있다. 앱 아이콘 정렬 기능 등 편의성도 고려했다. 동작을 인식해 주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G키를 추가했다.

팬택의 '이지 UX'는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각과 쉽고 간편한 구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금 해제와 동시에 특정 기능을 구동하는 기능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배경화면을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눈에 띈다.

테이크 야누스는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보다 관심있는 내용을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듀얼 스크린' 기능을 새로 탑재했다.

업체들이 UI 개선에 힘쓰는 이유는 더 이상 하드웨어 성능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AP,디스플레이,메모리,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들은 점차 PC와 비슷하게 표준화하고 있다.

운영체제도 구글 안드로이드로 같다. 따라서 이용자가 실제로 만지고 조작하는 UI 차별화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UI 자체를 브랜드화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경쟁의 중심 축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이 앱 동영상 e북 등을 제공하는 자체 콘텐츠 마켓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부터 자사 앱 마켓 '삼성 앱스'를 기본 탑재하기 시작했다.

팬택은 이달 말 출시하는 5인치 스마트폰 '베가 No 5'에 엠앤소프트의 3D 전자지도 '맵피',북큐브 · 인터파크 · 예스24 등 전자책 콘텐츠를 담은 '스카이 e북',외국어와 중 · 고교생용 학습 콘텐츠를 담은 '스카이 에듀' 등을 실을 계획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