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이 아시아 지역 신생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글로벌 모태펀드'를 프랑스의 뉴 알파와 합작해 조성키로 한 것은 연내 출범할 예정인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해외 헤지펀드를 미리 발굴해 국내 고액 자산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를 계기로 대형 증권사의 헤지펀드 선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글로벌 모태펀드 설립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프라임 브로커' 운영에 대한 노하우 축적이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에 실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자기자본 기준 10위권 내 대형 증권사들이 주로 이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으로선 모태펀드 운용을 통해 선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둘째는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위한 다양한 상품의 개발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시장을 본격 공략해 왔다. 이를 위해선 부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키는 상품이 필요하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도 그 중 하나다. 우리투자증권은 다양한 해외 헤지펀드를 발굴해 국내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셋째는 헤지펀드 투자에 따른 부가수익이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아시아 지역 신생 헤지펀드로부터 일정액을 돌려받아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투자한 헤지펀드가 손해를 내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우리투자증권의 글로벌 모태펀드 조성을 계기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대에 대비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절반이 글로벌 헤지펀드와 업무협약(MOU) 또는 상품판매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맨 인베스트먼트와 MOU를 체결했다. 미래에셋증권 등도 윈턴과 블랙스톤 그레이엄 등 대형 헤지펀드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뒀다.

증권사들은 내부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프롭 트레이딩(prop trading) 부서를 떼어내 헤지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그룹 내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을 활용하거나 사내 고유자산운용팀 등을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어 헤지펀드를 운용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