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증거를 하나도 제출 안하면 어떻게 하나요? 하다못해 신문기사라도 내셔야죠." 경주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방폐물 반입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최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열렸다. 담당 판사는 소송을 낸 한국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에 이같이 따져 물었다.

연합회는 지난달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을 상대로 "주민들이 방폐장의 안전성에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주에는 국내 최초로 방폐장이 지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울진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폐물이 반입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내년 완공 예정으로 아직 공사 중이다. 그러나 울진 · 월성 원전의 방폐물 임시저장고가 저장용량을 넘어서는 바람에 완공에 앞서 방폐물을 받게 됐다.

이번 소송은 형식만 연합회가 낸 것으로 돼 있을 뿐 실제 주체는 경주시 의회다. 시의회가 법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없어서였다. 시의회와 연합회는 정부가 지난달 16일 과학벨트로 대구 · 경북이 아닌 대전을 선정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이틀 만인 지난달 18일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과학벨트 유치 무산에 따른 경주 시의회와 시민들의 실망감은 이해할 만하다. 방폐물 반입에 대한 안전성에도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벨트 유치 문제를 무리하게 방폐장과 연결시켜 소송을 내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공단은 방사선 누출을 차단하는 장치와 함께 외부에서 방사선량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방사선감시기까지 설치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연합회 측에서 증거도 내놓지 않은 채 안전하지 않다고 하니 뭘,어떻게 반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폐장은 경주 시민들의 희망에 의해 유치됐다. 방폐물 반입으로 경주시 특별지원금 3000억원 가운데 남아 있는 1500억원이 경주시 특별회계로 이체된다. 드럼당 63만7500원의 반입수수료 중 75%는 경주시에 귀속되고 나머지 25%도 공단이 직접 지역을 위해 쓰도록 돼 있다. 엉뚱한 '화풀이'로 지역발전사업에 차질만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