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국·조정래, 6·25 상흔과 민족 아픔을 어루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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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황토' 나란히 출간
맛깔스런 스토리텔링으로 역사 속 사건 흥미롭게 되살려
맛깔스런 스토리텔링으로 역사 속 사건 흥미롭게 되살려
민족의 아픔과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두 명의 이야기꾼이 돌아왔다. 전상국 씨(71)와 조정래 씨(68)가 각각 소설집 《남이섬》(민음사),장편소설 《황토》(해냄)를 내놓았다.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맛깔스럽고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역사 속의 사건들을 흥미롭게 되살렸다.
전씨가 6년 만에 내놓은 《남이섬》은 작가의 말처럼 "초심(初心)으로 돌아와 가진 것을 다시 찾는다는 소명의식으로 쓴" 작품집.중편 2편과 단편 3편을 실었다. 유년 시절에 각인된 6 · 25의 악령을 풀어내며 잃어버린 가치를 찾는 그는 이번에도 화해와 소통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표제작 '남이섬'은 가평 일대와 남이섬,중국섬(자라섬)을 배경으로 6 · 25 전쟁 때 인근 마을 사람들이 이념에 따라 죽고 죽이던 일을 그린 것.한때 지방신문이 발행하는 월간지 편집장으로 일했던 '나'는 강원도 지역의 강섬 개발과 관련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년 전 김덕만 씨와 이상호 씨에게 들은 기이한 얘기를 떠올린다.
이념의 반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두 사람은 벌거벗은 채 갈대숲과 강물에 몸을 숨기고 살았던 묘령의 여인 '나미'에게 빠져든 사연을 털어놓는다. 실존인물인지 환상 속의 여인인지 분간할 수도 없는 그녀를 추적하며 주인공은 유원지로 변해버린 남이섬 주변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개발과 자연보존 사이의 균형감,가해자와 피해자,전쟁의 아픔 등을 버무려낸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전씨는 "과거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학살의 역사를 '나미'라는 상징적인 존재로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지뢰밭'과 '드라마 게임'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아직도 치유하지 않고 묻어둔 것들,현대인의 상처,보수와 진보의 싸움,부권(父權) 상실에서 오는 불신 등을 다뤘어요. 소설은 결국 잊혀진 것들에 대한 복원 아닌가요. 젊은이들에게 오늘의 삶이 어떻게 얻어졌고 얼마나 소중한지 더 진지하게 깨닫도록 말이죠."
《황토》는 조정래 씨가 1974년 쓴 중편을 새로 써 장편으로 내놓은 것이다. 원고지 200여장을 보태고 문장을 다시 가다듬는 등 전면 개작했다. 일제 말기 억울하게 주재소에 끌려간 부모를 살리기 위해 일본인 순사 야마다의 성(性)노리개가 됐던 김점례는 첫아들 태순을 시작으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박항구와 6 · 25 참전 군인인 프랜더스의 아이를 낳는다.
야마다가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야반도주하자 어머니의 강압에 못 이겨 처녀 행세를 하며 재혼하지만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공산주의자 남편은 월북하고 만다. 미군정에 의해 심문을 당하는 점례는 결국 선의를 가장한 미군으로부터 겁탈을 당하고 그의 첩으로 전락한다. 서로 피가 다른 큰아들 태순과 딸 세연,막내아들 동익(로버트)을 키우는 그녀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1975년께)를 오가는 구조다.
조씨는 "여자,땅,민족,황토(한반도의 색)를 결국 동의어로 보고 아비 없는 피 다른 자식을 키우는 한 여자의 수난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황토'는 제가 서른한 살 때 쓴 소설인데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쓰기 이전부터 작가로서 갖고 있던 역사의식의 시발점을 보여주는 작품이죠.새로운 젊은 독자들이 이 소설 하나만 읽어도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썼습니다. (해방과 전쟁 등) 역사체험이 없는 세대에겐 10년 전이 100년 전과 같죠.그 거리를 최대한 좁혀주고 싶었어요. 그게 소설의 역할 아닐까요. "
그는 소설 속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왜 가장 솔직한 형태의 사과를 아직 하지 않는 건지,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서 한반도에 어떤 책임감을 느껴야 할지 오늘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많습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맛깔스럽고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역사 속의 사건들을 흥미롭게 되살렸다.
전씨가 6년 만에 내놓은 《남이섬》은 작가의 말처럼 "초심(初心)으로 돌아와 가진 것을 다시 찾는다는 소명의식으로 쓴" 작품집.중편 2편과 단편 3편을 실었다. 유년 시절에 각인된 6 · 25의 악령을 풀어내며 잃어버린 가치를 찾는 그는 이번에도 화해와 소통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표제작 '남이섬'은 가평 일대와 남이섬,중국섬(자라섬)을 배경으로 6 · 25 전쟁 때 인근 마을 사람들이 이념에 따라 죽고 죽이던 일을 그린 것.한때 지방신문이 발행하는 월간지 편집장으로 일했던 '나'는 강원도 지역의 강섬 개발과 관련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년 전 김덕만 씨와 이상호 씨에게 들은 기이한 얘기를 떠올린다.
이념의 반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두 사람은 벌거벗은 채 갈대숲과 강물에 몸을 숨기고 살았던 묘령의 여인 '나미'에게 빠져든 사연을 털어놓는다. 실존인물인지 환상 속의 여인인지 분간할 수도 없는 그녀를 추적하며 주인공은 유원지로 변해버린 남이섬 주변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개발과 자연보존 사이의 균형감,가해자와 피해자,전쟁의 아픔 등을 버무려낸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전씨는 "과거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학살의 역사를 '나미'라는 상징적인 존재로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지뢰밭'과 '드라마 게임'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아직도 치유하지 않고 묻어둔 것들,현대인의 상처,보수와 진보의 싸움,부권(父權) 상실에서 오는 불신 등을 다뤘어요. 소설은 결국 잊혀진 것들에 대한 복원 아닌가요. 젊은이들에게 오늘의 삶이 어떻게 얻어졌고 얼마나 소중한지 더 진지하게 깨닫도록 말이죠."
《황토》는 조정래 씨가 1974년 쓴 중편을 새로 써 장편으로 내놓은 것이다. 원고지 200여장을 보태고 문장을 다시 가다듬는 등 전면 개작했다. 일제 말기 억울하게 주재소에 끌려간 부모를 살리기 위해 일본인 순사 야마다의 성(性)노리개가 됐던 김점례는 첫아들 태순을 시작으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박항구와 6 · 25 참전 군인인 프랜더스의 아이를 낳는다.
야마다가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야반도주하자 어머니의 강압에 못 이겨 처녀 행세를 하며 재혼하지만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공산주의자 남편은 월북하고 만다. 미군정에 의해 심문을 당하는 점례는 결국 선의를 가장한 미군으로부터 겁탈을 당하고 그의 첩으로 전락한다. 서로 피가 다른 큰아들 태순과 딸 세연,막내아들 동익(로버트)을 키우는 그녀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1975년께)를 오가는 구조다.
조씨는 "여자,땅,민족,황토(한반도의 색)를 결국 동의어로 보고 아비 없는 피 다른 자식을 키우는 한 여자의 수난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황토'는 제가 서른한 살 때 쓴 소설인데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쓰기 이전부터 작가로서 갖고 있던 역사의식의 시발점을 보여주는 작품이죠.새로운 젊은 독자들이 이 소설 하나만 읽어도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썼습니다. (해방과 전쟁 등) 역사체험이 없는 세대에겐 10년 전이 100년 전과 같죠.그 거리를 최대한 좁혀주고 싶었어요. 그게 소설의 역할 아닐까요. "
그는 소설 속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왜 가장 솔직한 형태의 사과를 아직 하지 않는 건지,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서 한반도에 어떤 책임감을 느껴야 할지 오늘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많습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