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보문고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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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켈리는 작은 아동책방 주인,조 폭스는 대형서점 '폭스 북스' 사장이다. 어느 날 캐슬린의 가게 옆에 폭스 북스 지점이 생긴다. 캐슬린의 가게는 오래된 동네 사랑방이지만 온갖 종류의 책을 싸게 팔고 에스프레소 카페까지 운영하는 '폭스 북스'와 경쟁할 방법은 없다.
1998년 개봉작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은 이메일 사랑과 함께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지는 동네 책방의 문제를 다뤘다. 중소형 서점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영국에선 1999년 이후 10년간 27% 줄어들었고,우리 역시 2003년 3589곳에서 2009년 2846곳으로 급감했다.
국내의 서점 전성기는 1970년대.60년대를 휩쓸던 전집물 외판 바람이 사그라진데다 부가가치세가 없어지고 정가제가 실시되면서 서울 광화문과 무교동,종로2가엔 서점이 줄을 이었다. 덕수제과 옆 중앙도서전시관,광화문 네거리 숭문서점,무교동 청구서점과 외국책전문점 범문사 · 범한서적,건너편의 일본책전문점 한국출판판매 등이 그것이다.
종로 2가엔 종로서적을 비롯해 양우당 · 삼일서적 · 동화서적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종로서적은 아예 만남의 광장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종로에서 만날 때면 으레 종로서적 앞 혹은 몇층 무슨 코너를 약속장소로 정하곤 했다. 이런 종로서적이지만 1997년 인터넷 서점 바람이 불면서 한 · 일 월드컵대회가 한창이던 2002년 6월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세계적인 서점 체인조차 문을 닫는 가운데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개점 30주년을 맞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교보문고㈜가 설립된 건 1980년 12월.광화문점은 첫 매장으로 1981년 6월 문을 연 뒤 매년 1500만명이 1000만권 이상을 사는 명소가 됐다.
교보문고의 오프라인 매장은 16곳.그러나 새 매장을 열 때마다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중소 서점의 반발에 부딪쳐 홍역을 치렀다. 광화문점 오픈 이후 14년이 지난 1994년에야 겨우 대전에서 2호점을 열었고 나머지는 2000년 이후 생겼다.
책 또한 소셜커머스를 이용한 반값 판매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소 서점은 물론 교보문고의 생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서점은 고단하고 남루한 세상에 남은 마지막 위안처다. 30년 역사의 광화문 교보문고가 앞으로도 제자리를 잘 지켜줬으면 싶은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1998년 개봉작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은 이메일 사랑과 함께 대형서점에 밀려 사라지는 동네 책방의 문제를 다뤘다. 중소형 서점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영국에선 1999년 이후 10년간 27% 줄어들었고,우리 역시 2003년 3589곳에서 2009년 2846곳으로 급감했다.
국내의 서점 전성기는 1970년대.60년대를 휩쓸던 전집물 외판 바람이 사그라진데다 부가가치세가 없어지고 정가제가 실시되면서 서울 광화문과 무교동,종로2가엔 서점이 줄을 이었다. 덕수제과 옆 중앙도서전시관,광화문 네거리 숭문서점,무교동 청구서점과 외국책전문점 범문사 · 범한서적,건너편의 일본책전문점 한국출판판매 등이 그것이다.
종로 2가엔 종로서적을 비롯해 양우당 · 삼일서적 · 동화서적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종로서적은 아예 만남의 광장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종로에서 만날 때면 으레 종로서적 앞 혹은 몇층 무슨 코너를 약속장소로 정하곤 했다. 이런 종로서적이지만 1997년 인터넷 서점 바람이 불면서 한 · 일 월드컵대회가 한창이던 2002년 6월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세계적인 서점 체인조차 문을 닫는 가운데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개점 30주년을 맞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교보문고㈜가 설립된 건 1980년 12월.광화문점은 첫 매장으로 1981년 6월 문을 연 뒤 매년 1500만명이 1000만권 이상을 사는 명소가 됐다.
교보문고의 오프라인 매장은 16곳.그러나 새 매장을 열 때마다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중소 서점의 반발에 부딪쳐 홍역을 치렀다. 광화문점 오픈 이후 14년이 지난 1994년에야 겨우 대전에서 2호점을 열었고 나머지는 2000년 이후 생겼다.
책 또한 소셜커머스를 이용한 반값 판매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소 서점은 물론 교보문고의 생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서점은 고단하고 남루한 세상에 남은 마지막 위안처다. 30년 역사의 광화문 교보문고가 앞으로도 제자리를 잘 지켜줬으면 싶은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