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기업에 비해 불리하게 평가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결국 비슷한 회계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봅니다. 업계 내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입니다. "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데이비드 트위디 위원장이 1년 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실적 비교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하지만 올 1분기 첫 IFRS 회계장부를 받아본 결과는 트위디 위원장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기업마다 다른 기준을 채택해 애널리스트조차 실적 파악에 애로를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의 적극 대응이 필요한 시점

IFRS는 120여개국이 채택하거나 채택할 예정이라 국제적인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많다. S회계법인 L회계사는 "전문가들은 십중팔구 미국식 회계(US-GAAP)가 더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자도 "IFRS의 여러 문제를 알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을 통해 회계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드러난 문제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 한 회계학 교수는 "너무 교조적으로 IFRS를 도입하다 보니 조선 건설 저축은행 등에서 잇달아 회계문제가 터졌다"며 "IASB 측에 한국의 다른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금융당국이 상장사나 회계법인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가 올바른 장부 작성 압박해야

회계장부 이용자인 투자자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본적인 투자지표 계산마저 애널리스트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증권사 회계법인 정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생각의 차이를 해소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분석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 등 장부 이용자 단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기업 분석이나 신용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회계장부인 만큼 쉽고 정확하게 작성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디 위원장의 지적처럼 상장사들은 업종별 장부 작성 방식 통일에 노력하고 정보를 감추기보다 공개해 시장과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센터장은 "투명한 장부 작성 관행이 자리잡지 못하면 상장사들도 경쟁사 분석이나 업계 동향 파악에 실패하는 만큼 시장과 한 배를 탔다는 생각으로 정보공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표시 서둘러 보완해야

투자자들의 최대 불만은 아무래도 영업이익이다. 한국적인 인식과 IFRS와의 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영업이익이 너무 좁게,IFRS에서는 너무 넓게 해석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양쪽 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IASB는 영업이익 표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투자자들도 기존의 영업이익 개념에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존 영업이익 산출은 원화 약세 때 달러 수출계약을 원화로 환산해 매출은 크게 높이면서도 환율 변동에 따른 비용 증가 부분은 제외하는 모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 일회성 요인을 분리하는 장치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훈 ㈜LG 부장은 "시계열적 분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외국에서는 영업이익을 반복적(리커링 · recurring)인 것과 일시적(넌리커링 · nonrecurring)인 것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를 고려하는 상장사와 최고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