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수년간 미적거려 온 일반의약품(OTC) 약국외 판매 논란 끝에 어제야 소위 '불편해소 방안'이라는 것을 내놨다. 의약품을 재분류해 약국 밖에서도 팔 수 있는 '의약외품' 항목을 늘리거나 슈퍼에서도 살 수 있는 약품군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감기약 소화제 등 의사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는 계속 불허하겠다는 뜻으로 대체 무엇이 달라져서 불편이 해소된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약국 밖에서 파는 의약외품의 종류를 늘린다지만 박카스 파스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보여 진통제와 같은 가정상비약 구입은 여전히 불편한 상황이 지속될 게 뻔하다. 그나마 의약외품 종류 확대도 당장 시행하는 것이 아니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해 보겠다는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약사법상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팔 수 있어 슈퍼 판매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법 규정은 고치면 그만인 것을 주무 장관이 현행법 때문에 안된다니 이런 논의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반 의약품을 아무데서나 무제한 팔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한국 사람들이 자나치게 약물에 의존하는 잘못된 관행을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간단한 진통제조차 일일이 약국을 찾아 헤매야 하는 불편은 어떻게든 해소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당번약국 지정 정도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정부는 2009년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과제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약사들의 조직된 압력에 굴복해 그 약속을 또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