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멘산…해발 2000m 절벽에 사원·호텔이 매달린 '하늘 도시'
"저기 절벽 위에 유리로 지은 것 같은 건물이 뭐지?" "호텔입니다. " "뭐라고요? 아니 저기에다 어떻게 호텔을 지을 수가 있어요?" "중국이니까요. "

해발 2000m의 절벽에 호텔이 매달린듯 서 있다. 중국 산시성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핑야오(平遙)고성 인근 제슈(介休)에 있는 멘산(綿山).멘산은 산둥(山東)과 산시를 나누는 타이항산(太行山) 산맥의 지류로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안개가 휘감고 있는 25㎞의 협곡은 무협지의 무대로 딱 좋겠다.

◆공중에 매달린 사찰과 호텔

멘산의 문화유산은 대부분 해발 2000m급에 자리하고 있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협곡 사이로 불교와 도교 사원들이 절벽에 절묘하게 붙어 있다. 입구를 지나 맨 먼저 만나는 도교사원 따뤄공(大羅宮)부터 기를 죽인다. 절벽에 기대 선 사원의 높이와 규모가 대단해서 여기 사람들은 흔히 티베트의 포탈라궁에 비견한다. 저 많은 계단을 어떻게 올라가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중턱까지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2000년 전에 지었다는 불교 고찰 윈펑사(雲峰寺)는 어떤가. 절벽 위 동굴에 지어진 윈펑사에 오르려면 지그재그처럼 난 길을 따라 지치도록 걸어야 한다. 중간에는 120계단이 마련돼 있다. 불교의 108번뇌와 12간지를 더한 숫자라고 한다. 윈펑사의 지붕 위 절벽에는 붉은색 천을 단 작은 종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는데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면서 달아놓은 종이라고도 하고,행운의 종이라고도 한다.

윈펑사 바로 옆에는 멘산의 최대 호텔인 윈펑수위안(雲峰墅苑)이 붙어 있다. 이 호텔은 절벽 위에 지어져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가면 바로 윈펑사와 연결된다.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본 창밖 풍경이 압권이다. 누가 도대체 이 협곡 바위절벽에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 중국의 한 석탄 부호가 40년 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8억위안을 들여 멘산의 돌산에 길을 닦고 호텔을 지었다고 한다.

윈펑사에서 80m의 쇠사슬을 타고 오르면 산 정상에 있는 정궈사(正果寺)를 만난다. 정궈사에는 12존의 등신불이 안치돼 있어 불교신자들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살점을 베어 주군을 살린 개자추

매년 4월 중국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한식날이면 멘산은 인파로 넘쳐난다. 한식의 고사를 낳은 춘추시대 인물인 개자추(介子推)가 불에 타 죽은 곳이 바로 멘산이기 때문이다.

진나라 문공이 후계 다툼에 휘말려 추방돼 떠돌 때 그를 따르던 가신 개자추는 19년간 충성을 다해 모셨다. 굶주린 주군을 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도려내어 봉양했다는 '할육구주(割肉救主)'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보위에 오른 문공은 그를 찾지 않았다. 상심한 개자추는 노모와 함께 멘산에 은거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문공이 찾아와 그를 불렀으나 나오지 않았다.

문공은 개자추를 불러내기 위해 산에 불을 놓았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올 줄 알았던 개자추는 노모와 함께 타 죽은 채 발견됐다. 문공이 개자추를 애도하는 마음에서 불을 지른 그날에는 불 없이 찬 음식을 먹도록 했다. 한식의 유래다. 해마다 130만여명의 중국인들이 멘산을 찾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충신 개자추를 기리는 사당이 멘산의 서현곡 자연풍경구에 있다. 여기로 오르자면 구름다리와 계곡에 매달린 삭도를 건너 2시간30분은 가야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런 수고로움을 일거에 대체한다. 개자추 사당은 본래 있던 자연동굴을 활용해 이 일대를 개발하면서 지은 것으로 자연석을 깎아 개자추와 어머니의 상을 만들었다. 멘산의 협곡과 절벽에 지어진 호텔과 새로 조성된 개자추의 사당,대규모로 중창한 불교 및 도교 사원들은 개발과 보존에 관한 상식을 혼란스럽게 한다. 우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괴적 개발'인가,자연과 인공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하늘도시'인가.


◆ 여행 팁

산시성은 이른바 '누들 로드(noodle road)'의 시발점이다. 밀 생산이 많기 때문이다. 어깨에 반죽을 올리고 칼로 재빠르게 면발을 잘라내는 다오샤오멘(刀削麵),면발을 길게 한 가닥으로 뽑아내는 이건멘(一根麵) 등 무려 400여종의 국수가 있으니 미각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2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식초,우량예(五粮液)·마오타이주(茅台酒)와 함께 명주 반열에 오른 펀주(汾酒)도 산시의 특산품이다.

중국 베이징마이투어국제여행사가 인천 타이위안 간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월요일 운영한다. 레드팡닷컴(redpang.com)이 한국총판이며 3박4일 상품은 자유여행 39만9000원부터,패키지는 54만9000원부터.4박5일 패키지 가격은 59만9000원부터다. (02)6925-2569

멘산(중국)=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