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비리 일파만파] 사교모임 엮어 감사위원에 접근…"골프장에 한번 놀러오시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브로커 윤여성 씨(56 · 구속)는 그룹 상황이 악화됐던 2010년에는 일면식도 없었던 하복동 감사원 감사위원에게까지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윤씨가 정선태 법제처장(55)에게 2007년 1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이후 지속적인 '관리'에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54)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일단 만나자' 윤여성 로비

하 위원에 따르면 윤씨는 하 위원과 봉사활동으로 알고 지내던 지인 Y씨에게 부탁해 2010년 9월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정식집 점심 자리에 동석했다. 이날 오찬에서 윤씨는 자신이 부산저축은행 주주라고 소개한 뒤 "감사를 잘 부탁한다"는 청탁을 했다고 하 위원이 전했다. 감사는 2010년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됐다. 윤씨가 하 위원과 접촉한 9월은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감사 결과가 제재 등에서 최종 결정 단계인 심의위원회에 올라가기 전이었다. 저축은행 감사의 주심이었던 하 위원에게 로비의 손길이 미쳤던 것이다.

당시 윤씨는 "내가 운영하는 경기도 안성 골프장에 오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 위원은 "감사결과가 나오면 살펴보겠다고만 하고 자리를 마쳤으며,금품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윤씨가 정 처장이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하던 2007년 사건 청탁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정 처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검찰은 1000만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직접 관련은 없다면서도 윤씨가 이후 지속적 관리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윤씨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 · 구속)과도 2003년 처음 알게 됐으나 은씨가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접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고위 간부 첫 구속되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날 김광수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다음날 0시30분까지 조사를 한뒤 일단 돌려 보냈다. 금융위 고위직이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김 원장이 동문(광주일고)인 김양 그룹 부회장 등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아온 혐의를 적용해 3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원장에게 △2010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 퇴출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2008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으로 그룹이 대전 ·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했을 때 수도권에 지점을 내주는 특혜 부여를 주도했는지 △200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규제 완화(8 · 8클럽) 정책을 이끌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 원장은 로비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은씨를 통해 로비를 받은 혐의인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63) 소환을 앞두고 혐의사실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금감원 검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당시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총리 등 고위층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원장 역시 검찰 소환 후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이고운/남윤선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