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좋기는 한데… 시간만 낭비한 것 같다. "

지난달 31일 KOTRA가 마련한 '중국 신흥 유통기업 초청 구매 상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바이어의 솔직한 소감이다. 구매 계약을 맺으려고 일부러 시간을 냈는데 정작 한국 기업들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에서 상품이 유통되려면 전자제품은 중국강제인증(CCC),화장품은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는 마음에 드는 제품은 찾았지만 인증이 안 돼 있어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3 · 11 일본 대지진 이후 중국 기업 관계자의 한국 방문이 잦아졌다. KOTRA 수출 상담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39개의 중국 유통업체가 참가했다. 한국무역협회가 3일까지 이틀간 여는 수출상담회에도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화룬완자,최대 식품업체인 중량지투안 등 대표적인 유통 강자 바이어들이 참여한다. 중국 내 중 · 고가 제품수요 급증과 한류효과에 따른 한국의 이미지 제고,일본산 고급제품의 대체 효과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중국 내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덕분이다.

그러나 호기를 잡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화장품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SFDA 인증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개월로 종전보다 2배나 길어졌다. 그나마도 불합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KOTRA 중국사업처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 수출할 때는 관련 인증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는 반면 중국 수출은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인증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떠나 인증제 자체를 모르는 중소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 방식은 '후진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 방식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중국 의류업체 바이어는 "중국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을 제시해도 한국 기업이 받아들이지 않아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식 잣대를 버리고 준비하지 않으면 굴러들어온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유정 산업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