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오기성 우쭐함 뒤에는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한계에 대한 인식과 일본산업 경쟁력에 대한 존경심이 깊이 배어있는 것 같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제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최근 들어 많이 바뀌고 있다. 일단 집 거실에 후지산처럼 웅장하게 자리잡아 부의 상징으로 느끼던 일본제 소니 TV가 삼성이나 LG로 바뀌었고 카메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가전제품이 한국산으로 대체됐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일본 자동차와의 경쟁에서도 속속 좋은 소식이 전해져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녀시대 등 한류가 일본사회에 문화로 자리매김해 가면서 우리가 일본을 누르는 것이 아닐까,도저히 가능하지 않는 기적이 오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은 수치상으로 6 대 1로 좁혀졌다. 거의 비교할 수 없었던 경제력 차이가 이만큼 좁혀진 것이다. 작년 기준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8000억달러였으며 한국은 8500억달러다. 인구가 거의 세 배 가까이 일본이 많으니 실제로는 훨씬 좁혀진 것이며 구매력까지 고려하면 국민 생활로는 대등한 수준까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일본은 장기 경제침체를 겪고 있고 국가부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국이 조금 있으면 일본을 누르는 게 아닌가 하고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20여년 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받은 인상은 거의 충격이었다. 일본의 문화 수준이 엄청나며 질서의식,그리고 일을 하면서 보여주는 성실성 등은 우리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완벽함이었다. 그로 인해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한 일말의 우월감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그때 일본 수준에 와 있는가. 질서의식,남을 배려하는 마음,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장인의식,단결력….나는 아직도 일본에 멀었다고 생각한다.
100년 뒤를 쓴 미국의 군사정치 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일본을 이렇게 말한다. "일본은 무서울 만큼 단결력과 국방력이 강하고 빈부격차가 적어 다시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 우리는 일본의 경제만 좇아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보다 더한 경제동물이 됐으며 천민자본주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면의 성숙함을 배우고 내면의 깊이를 이기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일본을 누를 수 없다.
정장선 < 국회의원 js21m@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