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디지털 시대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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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골든벨'은 괜찮은 프로그램이다. 주말 저녁에 부부가 같이 보기에 이렇게 무난한 방송도 없다. 가끔 "요즘 애들 참 똑똑하다"는 칭찬도 해가며 시골 학생이 골든벨 울리기를 응원할 때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즐거움도 준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저런 프로그램이 과연 10년 뒤에도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지식사이트에 입력만 하면 1초 내로 검색이 끝나는 이 시대에 암기력과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교육은 디지털 시대에 오면서 그 근본이 달라졌다. 수십권의 백과사전보다 내용이 많고 최신 업데이트를 그대로 갖고 있는 인터넷,그것도 손안에서 다 검색되는 세상에 우리가 주고받을 지식이란 과연 무엇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냐가 교육의 화두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 혁신이 학교 밖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통신기기,소통기기에서 일어난 변화가 워낙 급격하다보니 막상 교육의 공급자인 학교가 변신할 틈이 없었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한 교실에서 모두 같이 앉아 배우는 식이 아날로그 교육이라면 디지털 교육은 각 개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 수용자 입장에서 그것은 선택형 교육이 시작됨을 뜻한다. 그렇다면 모든 학교가 모든 콘텐츠를 각각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낭비적이란 결론에 이르게 되고 결국 나라 차원에서나 학교들이 뭉쳐서 공동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A학교의 수업을 B학교 학생이 듣게 되고 학점도 교류되고 결국 학교의 울타리라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좀 더 과장해서 얘기하면 명문학교라는 것도,프리미엄교육이란 것도 의미가 점점 엷어지게 돼 있다.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명문대학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다.
학교 밖에서는 더 빠른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게임이 수학교육을 대체하고,영화가 문학수업을 대신하고,애니메이션이 역사책으로 인식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비즈니스 전문가를 길러내는 기업 교육은 더욱 더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 기본적인 직무 과정은 직원들이 각자 알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돌리고 문제해결,리더십,창의력 교육 등 실제로 부딪쳐가는 인터액티브(inter-active · 쌍방향) 과정에 집중하는 게 옳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교육이 사물의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insight)을 기르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걱정인 것은 이런 과정이 당장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성과와 직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한계를 넘어서야 지식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지털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런 변화를 두려워 말라.내비게이션이 사업화된 초기를 생각해보라.모두들 내비게이션을 너무 쓰면 지도도 못 읽는 '길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이미 보편화된 지금 더 늘어난 것은 길에서 과감하게 이뤄지는 모험 아닐까.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내비게이션이라는 혁신 덕분이다.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곁에 1초면 검색할 수 있는 백과사전을 들고 일하는 시대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계산이 아니라 통찰력을, 답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교육 초점을 빨리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권영설 <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
그런데 어느날 문득 저런 프로그램이 과연 10년 뒤에도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지식사이트에 입력만 하면 1초 내로 검색이 끝나는 이 시대에 암기력과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교육은 디지털 시대에 오면서 그 근본이 달라졌다. 수십권의 백과사전보다 내용이 많고 최신 업데이트를 그대로 갖고 있는 인터넷,그것도 손안에서 다 검색되는 세상에 우리가 주고받을 지식이란 과연 무엇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냐가 교육의 화두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 혁신이 학교 밖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통신기기,소통기기에서 일어난 변화가 워낙 급격하다보니 막상 교육의 공급자인 학교가 변신할 틈이 없었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한 교실에서 모두 같이 앉아 배우는 식이 아날로그 교육이라면 디지털 교육은 각 개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 수용자 입장에서 그것은 선택형 교육이 시작됨을 뜻한다. 그렇다면 모든 학교가 모든 콘텐츠를 각각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낭비적이란 결론에 이르게 되고 결국 나라 차원에서나 학교들이 뭉쳐서 공동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A학교의 수업을 B학교 학생이 듣게 되고 학점도 교류되고 결국 학교의 울타리라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좀 더 과장해서 얘기하면 명문학교라는 것도,프리미엄교육이란 것도 의미가 점점 엷어지게 돼 있다.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명문대학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다.
학교 밖에서는 더 빠른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게임이 수학교육을 대체하고,영화가 문학수업을 대신하고,애니메이션이 역사책으로 인식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비즈니스 전문가를 길러내는 기업 교육은 더욱 더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 기본적인 직무 과정은 직원들이 각자 알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돌리고 문제해결,리더십,창의력 교육 등 실제로 부딪쳐가는 인터액티브(inter-active · 쌍방향) 과정에 집중하는 게 옳다.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교육이 사물의 변화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insight)을 기르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걱정인 것은 이런 과정이 당장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성과와 직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한계를 넘어서야 지식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지털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런 변화를 두려워 말라.내비게이션이 사업화된 초기를 생각해보라.모두들 내비게이션을 너무 쓰면 지도도 못 읽는 '길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이미 보편화된 지금 더 늘어난 것은 길에서 과감하게 이뤄지는 모험 아닐까.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내비게이션이라는 혁신 덕분이다.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곁에 1초면 검색할 수 있는 백과사전을 들고 일하는 시대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계산이 아니라 통찰력을, 답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교육 초점을 빨리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권영설 <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