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전방위적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여야 의원 등 정 · 관계 인사들을 곧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검찰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을 통해 그룹이 로비를 시도했던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63 · 사진)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룹이 은씨처럼 고위 인사를 포섭해 금융당국 및 청와대 등 정계에 줄을 대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1차 소환 대상 정치인들을 추려내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그룹의 정 · 관계 로비자금 출처가 특수목적법인(SPC)이라고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날 검찰은 그룹에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SPC에서 조성한 뇌물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유병태 전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장(61)을 구속기소했다.

◆정치인 소환 초읽기

검찰은 은씨가 김 전 금감원장 등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고공로비'에 나섰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은씨의 변호인인 서현 변호사는 "은씨가 '예금자 피해 및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자,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바람직한 해법으로 생각하고 노력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그룹이 은씨에게 로비를 해달라고 요구했던 김 전 원장을 불러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김 전 원장은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검찰은 이날 은씨를 구속수감했다. 은씨와 변호인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은 심문 없이 서면 검토로 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검찰은 그룹이 은씨 외에도 정치인 등 유력인사를 통해 청와대나 금융당국에 줄을 대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계자가 금품을 수수한 구체적인 정황을 잡는 대로 이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여야 소속 정치인 일부가 그룹의 관리대상이었으며 검찰은 소환자 명단을 추리는 단계에 들어갔다.

◆검찰 "로비자금 출처는 SPC"

부산저축은행이 대주주 소유의 SPC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 정 · 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인 사실도 드러났다. 유씨가 받은 돈도 SPC에서 조성했다.

박연호 그룹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은 유씨가 전직 비은행검사1국장(저축은행 검사 담당)으로 후임 검사1국장 등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2005년부터 매달 300만원씩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 돈은 매월 SPC 수십곳의 '바지사장'을 조달하는 등 운영 전반 및 회계 관리를 담당하던 김모 S캐피탈 대표(59 · 불구속 기소)가 조성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매달 300만원의 대가로 유씨가 검사 기조나 정책,검사반원의 인적사항과 특성 등 금감원 내부 정보를 흘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그룹의 SPC 중 하나인 효성도시개발 대표 장모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과 관련, 장씨가 지역 정 · 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