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보험회사인 에르고그룹이 한국 보험시장에서 철수한다. 2008년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인수한 지 3년6개월 만에 한국 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31일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에르고그룹은 국내 온라인 자동차보험 자회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을 매각한 뒤 한국 시장에서 철수키로 결정하고,최근 에르고다음 경영진과 금융당국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르고는 LIG손해보험이 보유하고 있던 에르고다음 지분 7.4%(110만6226주)를 212억원에 사들였다. LIG손보 관계자는 "에르고 측에서 지분 정리를 요청해 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우리도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르고는 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00여만주도 전량 매입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에르고가 한국 보험시장을 떠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제휴업체들과 지분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르고는 현재 에르고다음의 인수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관심을 표명하는 곳이 없어 매각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에르고그룹 측이 알리안츠그룹의 한국 법인인 알리안츠생명을 통해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알리안츠 측이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인수를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고는 내년 3월 보험부문 분사를 앞두고 있는 농협 측에도 인수 의사를 문의했으나 농협 측은 당분간 자동차보험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고그룹은 2008년 초 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하면서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285억원의 적자를 냈고 2009년 167억원,2010년 3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작년 12월 280억원,올해 3월 165억원,4월 27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715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에르고다음의 경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오래전부터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며 "에르고그룹이 에르고다음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수 의향을 가진 곳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