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글로벌 리더십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 초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초청해 에코백을 만드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필자가 앉은 테이블에도 네팔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함께했다. 아이들이 마주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협동하며 꽤나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은 어떤 디자이너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필자의 양복에는 페인트가 잔뜩 묻었지만 그 보람과 즐거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협력과 의존은 국제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할 만하다. 지금은 다른 나라와 얼마나 많이 협력하고 기여하는지가 한 나라의 성공뿐 아니라 존속도 좌우할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국제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음은 세계 시장이 하나로 연결됐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환경문제,자연재해,천연자원 부족 등 국경을 초월한 사안들은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변화와 문제에 대응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상호의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은 이제 '글로벌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더 강화해 가며,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가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범 이후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한국은 개발원조위원회(DAC)에 회원국 전원 합의로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처럼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정치,외교,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영향력 있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국가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글로벌 상호의존' 경향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1853년 인도 콜카타와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런던 홍콩 뭄바이 등에 상장해 지금은 7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1880년대 한국에 진출해 유럽인보다 더 많은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90명이 넘는 한국 인재들이 중국 몽골 등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영국계 은행이라지만 이를 구성하는 120개 국적의 인재들이 그야말로 국경을 초월해 '상호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셈이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적인 위상은 해외 시장에 진출한 한국 선도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탁월한 노력과 재능의 결과이다. 이제는 한국을 이끄는 정치인,정책 입안자,비즈니스 리더들이 글로벌 상호의존성을 갖춰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필자는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향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리차드 힐 < SC제일은행장 Richard.Hill@sc.com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붉은 말의 해, 다시 뛰는 K패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과거 신정과 구정으로 나뉘어 설을 두 번 쇠던 우리나라에서 이 인사는 전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체감상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도 이 말이 유독 싫증 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해가 바뀌는 동안 몇 번을 들어도, 몇 번을 건네도,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새해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시간이라서일 것이다.필자는 말띠다. 올해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그래서인지 새해 첫날 이렇게 지면을 통해 인사를 전하는 이 순간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자체가 필자에게 허락된 올해의 첫 번째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우리에게 설날은 단순한 연휴가 아니라 한 해의 마음가짐을 새로 고쳐 입는 날이다. 새해를 맞아 새 옷을 입는 ‘설빔’의 풍습처럼, 우리는 해마다 새 마음과 새 각오로 자신을 단장해 왔다. 패션이 단순한 옷을 넘어 태도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라면, 설빔은 그 상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문화다.기업을 경영하는 대표로 그리고 패션산업을 대표하는 협회 회장으로 새해를 맞으며 필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나는 어떤 자세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까.’한 단어로 말하자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자각에서 오는 ‘절실함’이었다. 그러나 이 절실함은 불안이라기보다 다시 단단히 준비하자는 다짐에 가깝다.2026년을 향한 한국 패션산업의 환경 역시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세계 경제는 회복과 조정의 경계에 서 있고, 소비는 필요와 가치 중심으로 재편되며 보다 신중해졌다. 지금은 단순한 경기의 오르내림을 논하기보다 산업의

    2. 2

      [데스크 칼럼] 2026년에도 몰래 증세한 한국

      미국인들은 연말이 되면 미 국세청(IRS)의 발표를 유심히 살핀다. IRS는 매년 말 이듬해 적용될 소득세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공개한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이를 자동으로 높이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명목소득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감세(소득세 최고세율 39.6%→37%)가 시행된 2018년 소득세율 35%가 적용된 과표 구간은 20만~50만달러(1인 기준)였다. 이 구간은 2025년 25만525~62만6350달러로 높아졌고, 2026년에는 25만6226~64만600달러로 더 올라간다. ‘숨은 증세’(stealth tax)를 막는 이런 투명한 조세 시스템 덕분에 미국인들은 실질소득이 늘지 않았다면 세금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 숨은 증세 없는 선진국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몇 년을 끌어온 증세 방안을 발표했다. 심각한 재정적자로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집권 노동당이 선택한 핵심은 소득세 과표 구간과 연금보험 공제 한도를 한시적으로 동결하는 것이었다. 법정 세율을 높이진 않았지만,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에 따라 실질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든 것이다. 영국 재무부는 이런 조치 등을 통해 2029~2030년 회계연도까지 연간 260억파운드(약 50조5000억원) 규모의 세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2026년 첫날이 밝았다. 한국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증세가 이뤄졌다. 소득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의 과표가 자동 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표는 어쩌다 한 번 손볼 뿐이다. 특히 35%의 초고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 ‘8800만원 초과’는 2008년 세법 개편 이후 20년이 거의 다 되도록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일부

    3. 3

      [조일훈 칼럼] 청년과 기업을 위한 나라여야 한다

      모든 것이 한결같은, 정상(定常) 상태라는 것은 없다. 항구적 경계라는 것도 없다. 종전을 앞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안다.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수많은 젊은 목숨의 희생에도 영토의 상당 지역을 내줘야 할 판이다. 그러고도 안전과 평화에 대한 보장은 요원하다. 한국에서 약 7700㎞ 거리의 우크라이나 국경 파괴는 전 세계적인 군비 확장과 북·러 군사동맹이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조선·방산 특수라는 망외의 효과를 보고 있지만 한국의 안보 지형도 급변했다. 핵을 거머쥔 김정은은 러시아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확보하면서 한반도 신냉전 구상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판이 흔들리고 기존 질서가 해체되면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분출된다. 우리는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주에 꽤나 시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소국 설움’ 운운할 정도로 미국은 고압적이고 일방적이었다. 이제 엄청난 돈과 일자리가 미국으로 옮겨갈 판이다. 대미 투자 역시 양날의 칼이다. 실패 위험을 고스란히 안는 대신에 미국의 첨단기술을 우리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중 사이 샌드위치 운명미국이 한국 일본 같은 우방을 상대로 실리를 챙기는 동안에도 중국의 패권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아직 미국을 정면으로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중국은 별로 약점이 없는 나라다. 노동-기술집약적 산업을 동시에 영위하면서도 거대 창업국가의 기업가정신이 들끓는다.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역전시키고 있다. 중국의 한국 추월은 ‘예정된 미래’가 아니라 ‘완료된 현실’이다. 새로운 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