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ㆍ대권 분리 유지…勢쏠림 가속화 전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의화)가 30일 진통 끝에 당권ㆍ대권 분리와 대표ㆍ최고위원 통합 선출 등 기존 당헌을 유지키로 결정함에 따라 대선주자별, 계파별 이해 득실도 갈릴 전망이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당헌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던 박근혜 전 대표로선 비대위가 자신의 입장과 같은 결론을 내림에 따라 `미래권력'으로서의 `파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계기로 향후 당 권력의 중심추가 박 전 대표 쪽으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전망도 없지 않다.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박근혜 당이 됐다"는 얘기도 나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당을 좌지우지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경우 역풍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권ㆍ대권 통합을 주장했던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지사로서는 상대적으로 이번 결정으로 당내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

박 전 대표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하고 지지율도 처지는 이들은 당직 사퇴 시점을 대선 6개월 또는 1년으로 늦출 경우 당권 도전을 통한 약점 극복이 가능하다는 셈법이 작용했다.

그러나 대권주자들이 기존 240일이 아닌 365일 전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당 상임고문으로 당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은 소위 논의 결과에 따라 현실화할 수도 있어 정 전 대표와 김 지사가 향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당 일각의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주장이 무산된 것도 친박(친박근혜)계의 `승리'로 여겨진다.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했던 친박계는 자칫 박 전 대표와 맞서는 인사가 당 대표가 된 뒤 초ㆍ재선급이 주축이 될 최고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내년 총선 공천과 1년 후 대선 경선에서의 공정성에 심각한 악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선거인단 규모 21만여명 확대' 안은 당권주자나 계파별 득실을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

21만명은 당원 20만명과 청년 선거인단 등 1만여명이다.

이때문에 전대까지 남은 한 달여간 당권주자나 계파별로 지지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계파별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아 정의화 비대위원장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대위원이 토론 종결 선언 이전에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등 불만을 표출했다.

한 비대위원은 "상황이 아작났다(망가졌다)"고 토로했고, 다른 친이계 구주류 비대위원도 "우리는 현행대로 하면 안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