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의 유효 경쟁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복병을 만났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의 입찰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바꾸려 하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맞불' 성격의 법 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포함된 내용을 아예 법에 반영해 산은금융지주의 인수 시도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다.

금융위는 30일 금융지주사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50% 이상을 사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 초안을 마련,다음달 금융위 정례회의에 보고한 뒤 입법예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자회사로 두려면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 만약 산은금융 KB지주 등이 예금보험공사 보유 우리금융 지분 57%를 인수하더라도 시장에서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인수자금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시행령을 고쳐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되도록 예외를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개정안에는 예외 규정은 인수 시점으로부터 5년간 유효하다는 일몰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5년 안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이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두 금융지주가 합병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우리금융 지분 43%를 매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인수 후 5년 내 합병'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2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우리금융 매각 입찰 참가의향서(LOI) 마감 시한인 다음달 29일 이후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LOI는 입찰 의사를 밝히는 절차인 만큼 금융지주사가 '50% 룰'에 따라 최종 입찰에 참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국회 정무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산은지주에 우리금융을 넘기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특히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 필요한 지분을 규정한 시행령 자체를 법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