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30여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최길선 씨(60)는 내년 초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농지와 농가주택이 수용될 예정이다. 예상되는 보상금은 52억원(농지 50억원,농가주택 2억원)으로 농지의 양도차익은 40억원 정도다.

주변에서는 늦복이 터졌다고 하지만 각종 세금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보상금을 받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데 금액이 얼마 정도인지,효과적으로 줄일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이제는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하고 싶은데 세금을 납부한 뒤 보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토지 수용 보상금에도 양도소득세 부과

국가에서 토지를 강제수용하는데 무슨 세금을 내야 하냐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지수용으로 보상금을 받아도 양도소득세는 부과된다. 현금 또는 다른 자산으로 대가를 받고 자산을 이전하는 것은 양도로 보기 때문이다. 즉 토지보상금을 받으면서 그 금액이 과거에 취득한 가격보다 많다면 그 차익에 대해서는 당연히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농지의 경우 양도차익 40억원에서 장기보유 특별공제 최대한도 30%를 차감하더라도 최씨의 양도소득 금액은 2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소득세율 35%를 적용하면 세금은 9억6000만원 정도 내야 한다.

하지만 최씨는 8년 이상 현지에 거주하며 직접 농지를 경작했기 때문에 2억원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따라서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는 7억6000여만원이 되고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최종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8억4000만원가량이 된다.

◆보상금의 일부는 채권으로 수령

최씨는 어떤 방법으로 보상금을 수령하는 게 좋을까?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금은 현금으로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채권으로 수령할 수 있고 대토(代土) 보상도 가능하다.

토지가 수용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현금으로 보상받기를 원하지만 최씨의 경우 전원생활을 원하고 있으므로 보상금 일부를 채권으로 받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채권으로 보상받을 경우 '대토(代土)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토 보상은 토지 소유자가 원할 경우 보상금을 현금이나 채권으로 받는 대신 토지로 보상받는 것을 말한다. 원주민 중 채권보상을 받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대토 보상을 선택하게 되면 취득 · 등록세를 감면받는 혜택이 있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거주용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향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도 매력이다.

또 대토 보상분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를 이연받을 수 있다. 과세이연은 양도 시점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먼 장래에 대토받은 토지를 양도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는 것이다. 최씨의 경우 대토 보상을 통해 2억원가량을 당장 내지 않고 뒤로 미룰 수 있다. 이 금액을 정기예금 등에 예치하면 이자소득을 확보하면서 장래 세금 납부 재원을 준비할 수 있다.

채권 보상금액은 8억원 정도가 적당한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고려해 만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과세 되므로 채권과 예금의 만기를 서로 다르게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배우자 증여로 상속세 절세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주식 등 리스크가 큰 자산은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도 피하는 게 좋다. 과거 토지보상금의 대부분은 인근 부동산에 재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와 세금으로 인해 기대만큼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

또 연령과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상속세 납부재원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우선 보상금 중 6억원은 배우자에게 증여하길 권한다. 배우자를 위해 증여세 공제한도(6억원)만큼 증여할 경우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속재산이 줄어들게 돼 상속세가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하게 된다. 금융자산이 배우자에게로 분산돼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즉시연금 가입으로 안정적 현금흐름 창출

자산관리에 있어 연령이 높아질수록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시연금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상속세 절세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즉시연금은 가입 직후부터 매월 또는 매년 일정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시중금리와 연동하는 공시이율로 적립돼 안정적이며 10년 이상 장기 유지할 경우 보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은 피보험자 생존기간 내내 원리금을 나누어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형과 이자에 해당하는 연금을 수령하다가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연금형,일정 기간 동안만 연금을 타는 확정연금형 중에서 자유럽게 선택할 수 있다.

즉시연금에 가입할 때 자신보다 장수가 예상되는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종신연금형에 가입할 경우 배우자가 생존하는 동안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고 상속재산가액이 줄어들어 상속세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정기예금에 적정 규모의 자금을 분산 예치하고 필요할 때 자녀에게도 일정한 금액을 사전에 증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비상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입출금이 자유로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적정금액을 예치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토지 보상은 세법상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절세만을 생각하면 이주대책에 대한 혜택 등을 간과할 수 있으며 거액의 보상금을 잘못 운용할 경우 큰 재산상의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친 후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철수 교보생명 강남재무설계센터 WM wealthguar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