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2차전지 커질수록 신나는 '전지박'…LS엠트론, 1조 투자
삼성SDI LG화학이 웃으면 덩달아 웃는 회사가 있다. LS엠트론이다.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전지박'을 만든다. 2008년 LS전선에서 독립한 이 회사가 전지박에 뛰어든 것은 8년째.일본 후루카와와 국내 일진머티리얼즈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있는 숨은 강자다.

30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LS타워에서 심재설 LS엠트론 사장을 만났다. 그는 "2017년까지 1조원을 전지박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매출이 1조5547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투자다. 도대체 전지박이 뭐기에,한 해 매출에 버금가는 돈을 퍼붓는 것일까.

◆2차전지 핵심 소재'전지박' 1조 투자 경쟁

건전지를 들여다보면 양극과 음극이 있다. 불룩 튀어나온 곳이 양극,움푹 들어간 곳이 음극이다. 전기에너지를 충전해 쓰는 2차전지(리튬이온)에도 이런 양극과 음극이 필요하다. 양극에 쓰이는 것이 알루미늄이고 구리로 만든 전지박은 음극을 형성해주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여러 번 충전해서 사용하는 2차전지 시장이 커질수록 전지박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지사.전기자동차가 각광받으면서 2차전지 시장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지박 수요는 월 평균 지난해 1100t에서 2015년께엔 7700t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지박 업체들은 앞다퉈 증설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제패를 꿈꾸고 있다.

LS엠트론은 2003년부터 전북 정읍 공장에서 연간 7000t의 전지박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462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렸다. 올 들어선 201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통 큰 그림도 그렸다.

심 사장은 "기업은 포수가 새를 사냥하듯 예측경영을 통해 한 템포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1987년부터 전지박 사업을 하고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도 2015년까지 1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전북 익산에 약 19만8347㎡(6만평) 규모의 토지를 122억원에 사들였다.


◆전해동박-전지박-일렉포일 이름 경쟁도

투자뿐만 아니다. 이름 경쟁도 치열하다. '이름쯤이야' 하고 넘길 수 있지만 세계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자존심이 이름에 담겨 있다.

당초 명칭은 '전해동박(電解銅箔)'.일본식으로 붙여진 이름을 국내 업체들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인쇄회로기판(PCB)에 덧붙이는 얇은 구리박이란 뜻이다. 세계 1위 업체가 일본의 후루카와이니 그럴 법도 했다.

일진머티리얼즈와 LS엠트론이 선전하면서 서로 부르는 이름이 달라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렉포일(elecfoil)'이란 이름을 붙였다. LS엠트론도 이에 지지 않고 '전지박'으로 통칭하기 시작했다.

트랙터, 사출기 등 손대는 사업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다고 해서 심 사장에게 붙여진 별명이 '미다스의 손'.심 사장은 전지박 시장 제패에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는 정읍 생산라인에 700억~8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고도 했다.

1조원에 이르는 큰 돈을 투자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과 미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그림을 그려 놓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본과 중국 등 대형 2차전지 업체들로부터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3 · 11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소니와 산요 등 일본 기업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심 사장은 "지난해 전지박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8% 늘어났다"며 "세계 1위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