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해외에 짓는 첫 번째 LCD(액정표시장치)패널 공장인 '쑤저우삼성LCD(SSL)'가 30일 첫삽을 떴다. 외국기업 가운데 중국에 LCD패널 공장을 착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쑤저우에 세운 LCD모듈 공장 'SESL'과 SSL을 연계해 쑤저우를 충남 탕정에 이은 '제2 LCD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재용 사장이 공들인 쑤저우 프로젝트

삼성전자는 이날 쑤저우에서 강호문 중국삼성 부회장,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마밍룽 쑤저우공업원구 서기,자오중야오 TCL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7.5세대 LCD패널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쑤저우공업원구 17만3000평 부지에 들어서는 이 공장은 삼성전자와 쑤저우공업원구,중국 TV업체 TCL이 합작해 짓는다. 초기 자본금은 10억달러로 삼성전자가 60%,쑤저우공업원구가 30%,TCL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은 30억달러다. 2013년 1분기부터 40인치와 46인치 LCD TV용 패널을 월 10만장씩(최대 생산 규모는 월 16만장)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지어지기까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 사장은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의 LCD패널 공장 설립 승인을 미루던 작년 2월과 10월 두 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시 부주석은 이 사장이 제시한 사업계획을 높이 평가해 패널공장 건설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SSL을 통해 TCL과 중국 현지 TV 제조사에 패널을 우선 공급,중국 LCD TV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중국 LCD TV 시장은 올해 4500만대에 이어 내년 5100만대,2013년 5600만대로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패널기업들도 중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만 AUO와 CMI가 각각 내년 4분기와 2013년 1분기에 8세대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LG디스플레이도 2013년 상반기 중 8세대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탕정에 이은 '제2 LCD클러스터'로…

SSL 공장 착공으로 삼성전자는 중국 내 'LCD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 회사는 톈진 등에 TV조립공장을 두고 있으며 쑤저우에는 2002년 LCD모듈 공장인 SSEL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SSEL은 쑤저우공업원구 내 15만평 부지에 2개의 모듈조립동을 갖추고 있는 중국 최대 LCD모듈 공장이다. 누적생산량은 3억7100만대로 연간 1억~1억2000만대의 TV · 노트북 · 모니터용 모듈을 생산한다. 강완모 SESL법인장(상무)은 "지금까지는 천안과 탕정에서 패널을 들여와 조립했는데 SSL에서 패널을 만들면 패널 · 모듈을 일관 생산하게 돼 원가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SESL에 이어 SSL이 들어서는 쑤저우를 충남 탕정과 같은 'LCD클러스터'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백라이트유닛(BLU)과 발광다이오드(LED) 등 LCD TV용 부품업체들과 연계한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구축해 놓은 데 이어 LCD기판용 유리도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장 사장은 "SSL 착공으로 한국에서 패널을 들여올 때 부과되는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기판유리도 쿤산에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공장을 가동 중이고 미국 코닝도 유리공장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쑤저우(중국)=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