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더페이스샵은 매월 스킨 · 에센스 · 로션 등 기초라인은 물론 색조라인의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 중앙로점에선 총 650여개 제품 중 300~400개 제품이 달마다 새로 들어온다. 품절되거나 시즌이 바뀌어 빠지는 상품까지 합치면 매장을 들고나는 제품 수만 월 500~600개에 이른다.

의류시장에서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는 것처럼 화장품시장에선 '패스트 코스메틱스'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발빠르게 매장 진열 품목을 바꾸는 것이다. 일본 · 중국 관광객이 몰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매장에는 주요 브랜드숍 7~8곳을 드나드는 화장품 개수만 한 달에 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1000~5000원대의 마스크시트와 네일 제품 등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수분크림 등 시즌에 맞는 기초라인도 자주 리뉴얼하는 편이다.

정빛나 더페이스샵 마케팅부문 색조 상품기획자는 "브랜드숍의 강점은 고객의 니즈(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라며 "스모키,자체발광,펄감 등 그때그때 고객 수요에 맞는 색조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르면 2주 만에 새 제품을 매장에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패스트 코스메틱스 현상은 립스틱 · 아이섀도 등 색조 제품에 주력하는 브랜드숍에서 두드러진다. 명동 매장에서 700개가량의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토니모리는 60% 수준인 400~450개 제품을 매월 바꾸고 있다. 제품을 기획 · 출시하는 데 보통 6개월가량 걸리지만,트렌디한 색조 제품은 한 달 만에 제품을 기획해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전체 상품의 70%가 색조 제품인 에뛰드하우스 역시 매달 새로운 컬러의 제품을 40~50종가량 내놓고 있다. 시즌이 지나 철수하는 제품(50여개)까지 합하면 명동 매장을 들고나는 제품 수만 100여개에 달하는 셈이다. 올봄에는 오렌지 계열이 유행이어서 조금씩 색이 다른 오렌지 계열 제품을 많이 내놨다.

색조보다 기초라인 제품이 많은 브랜드숍들도 전체 진열 제품 수의 10~20%를 매달 신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은 총 1000개에 달하는 제품 중 100~150개 정도를 바꾸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보습에 관심이 많았던 올봄에 피부 타입별로 골라 쓰는 대용량 수분크림 '슈퍼 아쿠아 맥스 수분크림' 3종(2만1900원)을 내놨는데 출시 2주 만에 첫 물량 2만5000개가 완판(완전판매)됐다"며 "앞으로도 스테디셀러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소비자 요구에 맞춘 트렌디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 제품이 많은 이니스프리도 500여개 진열품목 중 10%가량인 50~60개 품목을 매월 바꾸고 있다. 한국화장품이 만든 브랜드숍 더샘도 총 900여개 제품 중 100~120개씩 진열품목을 바꾼다. 심재경 더샘 상품기획팀장은 "상품 기획부터 제조까지 보통 두세 달가량 걸리는데 트렌디한 제품은 이를 4주 정도로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 패스트 코스메틱스

fast cosmetics.최신 유행에 따라 빠르게 제작 · 판매되는 트렌디한 화장품을 일컫는 신조어.의류업계에서 소비자 기호를 즉각 파악해 스타일을 빨리 바꿔 내놓는 '패스트 패션'에서 따온 말이다. 요즘 브랜드숍에서 판매하는 중 · 저가 화장품은 대부분 이런 경향을 띠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