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 비리 '3인방'이 범상치 않은 문화적 취향과 기호로도 화제(?)를 뿌리고 있다. 불법 대출이나 횡령 등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거액이 드는 '초호화 취미'에 몰입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과 예금보험공사 등은 범죄 수익으로 기호품 등을 산 것이 확인되면 모두 압류, 예금 피해자 구제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 수백억원대 불법 대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53).그는 지난 3월 체포될 당시 녹색바지에 금목걸이로 치장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가의 굵은 금목걸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한다. 그가 소유한 금목걸이만 해도 수억원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800억원대의 불법 대출 혐의로 구속된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61)은 열렬한 오디오 수집가다. 예보는 최근 채 회장이 소유한 경비용역업체의 연수원에서 고가의 오디오 등을 찾아 가압류 절차에 들어갔다. 이곳 연수원 지하에는 2640㎡ 규모의 창고에 1900년대 초 제작된 에디슨축음기를 비롯해 명품 오디오와 스피커 수백 점이 보관돼 있었다. 이들의 시가는 모두 합쳐 수백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 회장은 또 포르쉐 등 고가의 외제차 10여대를 번갈아 타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이들 물건을 소송을 통해 환수할 방침이다.

김민영 부산 · 부산2저축은행 대표(65 · 구속)는 월인석보 등 보물 18점과 고서화 등 문화재 1000여점을 소장하고 있었다. 검찰이 김 대표의 소장품을 압수해 담으면서 박스 42개가 필요했고 트럭 3대에 나눠 실어야 했을 정도다. 서울대 사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불교 관련 문화재 등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들인 김모씨도 서울 논현동 워터게이트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중국 화가 장샤오강(張曉剛)의 '혈연',박수근 화백의 유화 '줄넘기하는 아이들' 등 총 84억원 규모의 그림 23점을 보관해 오다 예보로부터 가압류당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김 대표로부터 압수한 유물 1000여점은 일단 국립 고궁박물관으로 옮겨 임시 보관될 전망이다.

예보는 재판을 통해 김 대표의 배상 규모가 확정되는 대로 문화재들을 공매에 부칠 예정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소유한 민간 자산가가 사들여 전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매를 통해 환수한 돈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에 쓰이게 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