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이 부산 · 부산2저축은행에서만 차명 차주 98명의 대출금 약 6000억원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이 대출금의 상당 부분은 비자금으로 빼돌려져 정 · 관계 로비에 쓰였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남의 이름으로 빌린 대출금 6000억원의 용도와 향방을 좇고 있으며 이 중 일부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 등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과 지난 대선 캠프 시절부터 인연을 쌓은 은 전 감사위원을 부산저축은행에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르면 이번 주말 소환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차명 차주들의 대출금 내역에 따르면 미회수 대출금 중 일부에서 '수상한 흐름'이 포착됐다. 부산저축은행 구모 이사(불구속 기소)는 형 두 명을 차명 차주로 끌어들여 '돌려막기'를 했다. 구씨의 형 A씨는 2010년 5월 구씨의 또 다른 형 B씨의 기존 대출 12억원을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B씨는 다른 사람의 기존 대출금 9억여원을 갚았다. 과장급 직원의 지인은 대출을 받아 역시 다른 차명 차주의 여신 64억원을 상환하기도 했다.

검찰은 차명 차주들 간 복잡한 돈거래 과정에서 '세탁된' 돈 일부가 정 · 관계 로비용 비자금으로 조성돼 상당액이 실제 쓰이고 나머지는 차명 차주의 계좌에 숨겨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및 BBK 사건 변호사로 활동한 'MB맨'인 은 전 위원이 여권 실세 정치인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전 위원은 2005년부터 2년 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김양 그룹 부회장(구속 기소)의 측근으로 로비 담당 브로커 역할을 한 윤모씨(구속)에게서 "감사를 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에서 금품 1000만원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김장호 금융감독원 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직무정지됐다.

심성미/이고운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