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ech] 바닥 다진 미술시장…유망작품 한 점 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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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 하반기 강보합세"
낙찰률 작년보다 소폭 올라
5년 이상 투자라면 지금 적기
낙찰률 작년보다 소폭 올라
5년 이상 투자라면 지금 적기
10년 전부터 미술품 수집에 나선 컬렉터 김형주 씨(48 · 주방용품 제조업체 사장)는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이우환 씨의 60호 크기 2008년 작 '조응'을 8000만원에 샀다. 미술 시장이 3~4년 동안 횡보세를 이어가지만 이씨의 작품값이 다음달 뉴욕 구겐하임 회고전을 계기로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50억원대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부동산 투자 전문가 이주성 씨(57)는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대원 씨의 1978년 작 '농원'을 추정가의 2배를 웃도는 2억9000만원에 낙찰받았다. 2007년 2억4000만원에 팔린 작품이다. 이씨의 작품 가격이 바닥권에 접근했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심한 것이다.
미술 시장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요즘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부동산,금과 함께 미술품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망 작가 작품 가격 '바닥 다지기'
미술 전문가들은 우선 자신의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2013년부터 점당 6000만원 이상의 작고 및 외국 작가 작품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악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저점 매수 전략을 펴라는 주문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미국 뉴욕대의 그림가격 지수인 메이모제스지수는 작년 1분기(0.65) 바닥을 치고 4분기에는 0.77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등 해외 시장이 확연히 좋아지고 있다"며 "시장이 하반기에 비해 다소 침체 기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돼 그림값도 강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미술 경기가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진 것 같다"며 "다만 해외시장만큼 그림값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미술품 컬렉션의 적정한 타이밍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현재 너무 위축된 양상이기 때문에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면서 "올 연말 비수기에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해봐도 된다"고 말했다.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 도상봉 이대원 유영국 최영림 윤중식 남관 김흥수 박고석 오지호 임직순 등 유명 화가 작품들이 아트페어나 화랑가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그림값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다.
점당 30억~40억원대를 웃돌던 박수근,김환기의 유화는 최근 크기에 따라 5억~2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영림의 작품은 1993년의 모래 그림이 호당 200만원 선까지 떨어졌고 유영국(300만원) 김흥수(300만원) 윤중식(200만원) 임직순(150만원) 등은 2007년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갔다.
추상화 작품의 시중유통 가격은 이우환 씨의 100호(160.2×130㎝) 크기 '선으로부터'가 점당 2억~6억원에 형성돼 있다. 올초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 박서보 씨의 '묘법' 시리즈는 8000만~1억원 선이다. 남관(100호 기준 · 3000만원) 하종현(4000만원) 윤형근(5000만원) 전혁림(3000만원) 정상화(7000만원) 서세옥(3000만원) 정창섭(5000만원) 김창열(7000만~9000만원) 김태호(5000만원) 곽훈(4000만원) 이두식(2800만원) 김웅(4000만원) 씨의 작품도 3년 전에 비해 비교적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 미술전문가는 "국제 미술 시장은 지난해 2분기에 바닥을 찍은 이후 매우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5년 이상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이 그림을 구입할 때"라고 말했다.
◆경매 낙찰률 76%…160억원 몰려
지난 3월 서울옥션과 K옥션,아이옥션,마이아트옥션의 메이저 경매 평균 낙찰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포인트 오른 76%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0% 이상 늘어난 160억원에 달했다. 미술애호가들이 비교적 낮은 가격의 고미술품과 근 · 현대 작품들을 대거 구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수근 김환기 이대원 르누아르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에 매기가 몰렸다. K옥션 경매에서는 182점 중 137점이 팔려 낙찰률 75.2%(50억원),서울옥션 경매에서는 121점 중 90점이 낙찰돼 낙찰률 74.4%(총낙찰액 42억3000만원)를 기록했다. 또한 마이아트옥션은 78%,아이옥션은 78.7%에 달했다. 하지만 아직 '머니 무브'라고 할 만큼 큰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미술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반기 아트페어 매출 113억원
올 상반기 아트페어에는 약 11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오픈아트페어에는 관람객 3만8000명이 미술품 38억원어치를 구매했다. 2월 화랑미술제에는 35억원,마니프 아트페어 14억원,'갤러리 서울11'아트페어에서는 30억원어치의 미술품이 판매됐다. 특히 화랑미술제는 지난해 판매액 15억2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