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10만명 시대 열렸다
지난해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화들짝 놀란 영국인 그레이엄 콜린 씨(73)는 미세한 암 덩이를 없애는 데 '양성자치료'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치의가 미국으로 가라고 추천했지만 비용이 2억원 수준에 달하는 데다 치료기기도 대개 10년인 노후 기종이어서 꺼림칙했다. 답답한 마음에 양성자치료 환자 커뮤니티에 접속해보니 한국으로 가면 미국의 4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정보가 눈에 띄었다.

한국을 찾은 콜린씨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두 달 가까이 하루에 30분씩 총 39회의 양성자치료를 받았다. 영국으로 돌아간 그는 한 달 후인 5월 초 혈액검사상 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23.5에서 5.5로 떨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콜린씨는 한국에서 치료비 4000만원을 포함해 7200만원을 지출했다. 콜린씨를 한국으로 유치한 의료관광 알선업체 KMI인터내셔널의 한만진 대표는 "올 들어 70명의 환자가 진료상담을 받아,적어도 40명 이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외국인 환자 유치 노력에 힘입어 작년 한국에서 진료 또는 수술받은 외국인 환자는 8만1789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 환자 총 진료수입은 1032억원으로 88.6%,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도 131만원으로 39.4%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우리나라의 의료관광 성적표를 26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올해도 11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외국인 환자의 1인당 진료비는 131만원으로 내국인의 1인당 연간 진료비 96만원(비급여 항목 제외)보다 많아 짧은 체류기간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부담한 환자는 전체 외국인 환자의 2.2%인 1732명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1억원 이상 고액 환자는 21명이었다.

주로 찾은 진료과목은 피부 · 성형외과(14%) 비율이 가장 높았고 내과(13.5%),검진센터(13.1%),가정의학과(9.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의 질환코드로 입원한 중증 외국인 환자는 7776명으로 전체 환자의 9.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전년 대비 러시아가 1.9배,중국 1.7배,몽골 1.2배나 환자가 늘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