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유로존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대내외 악재 속에 1100원대로 상승하면서 추가 상승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40전 오른 1101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3월30일(1104원20전)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워 환율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재정위기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에 이어 서유럽국인 이탈리아 벨기에까지로 번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면서 최근 달러 강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7주 만에 76선을 웃돌았고 유로 · 달러 환율은 1.4달러를 밑돌았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 속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 약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원 · 달러 환율은 당분간 1100원대 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대내외 악재가 불거졌지만 경제성장률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여전히 튼튼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움직임,성장모멘텀 지속 등에 힘입어 환율 하락 기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내놓은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3개월 이후 원 · 달러 환율 전망치를 1080원에서 105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 및 유가 움직임 등이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어 환율 하락 속도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원 · 달러 환율은 미국 통화정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 등에 영향을 받는 주식과 채권시장의 자금 흐름에 따라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펀더멘털 개선 기대에 따라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