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사진)이었다.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한 인터넷 신문에 난 기사 때문이었다. '재정부 관계자가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민영화 방침에 역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강 회장은 "누가 쓸데없이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는 외부에서 메가뱅크나 산은 민영화 관련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대변인실은 곧바로 해명 자료까지 뿌렸다. "산은 민영화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가 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재정부 관료들 사이에선 '산은 민영화'나 '메가뱅크'는 금기어가 됐다. 관료들과 대화에서 '산은 민영화' 얘기만 꺼내도 손사래를 치며 언급하는 것조차 피하고 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 따라 산은 민영화 추진 방식이나 일정을 짜는 것은 금융위원회와 재정부 몫이다. 한 관료는 사석에서 "산은 민영화의 주체는 엄연히 정부지만 강 회장이 머릿속에 그리는 민영화 밑그림이 권력 상층부와의 교감속에 나온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어 정부로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청와대의 뜻이며 강 회장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재완 장관 내정자도 산은 민영화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고 있다. 25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금융산업 발전과 민영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자위에서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는 모호한 말로 비켜나갔다.

금융위도 산은 민영화에 대해서만큼은 감히 딴소리를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사람들 가운데 공개적으로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민영화가 아니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만수 효과'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3일 "민간(다른 금융회사들)과 민간이 되겠다는 이(산은금융)가 공정하게 유효경쟁을 벌이는 게 나쁘지 않다"며 강 회장 입장을 두둔했다.

정종태/이상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