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부인 이은순 여사(사진)가 25일 도끼를 들고 울산 현대중공업에 나타났다. 한진해운의 초대형 광석 전용선인 '한진 브라질'호 명명식에 대모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조선소는 선박을 건조해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명명식(命名式)'이라는 행사를 연다. 대모는 명명식에서 배의 이름을 처음으로 호명하며 축복을 비는 역할을 한다. 선박과 무사항해를 위해 축원문을 낭독하고 선박과 명명식장에 연결된 밧줄을 도끼로 내리쳐 선박의 탄생을 알린다. 한진 브라질호가 포스코의 물량을 운송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여사에게 대모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진해운은 설명했다.

명명식에서는 대개 선주 부인이나 딸 등 선주 측 여성이 대모로 나서는 것이 관례다.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참석한 이후 세계 각국의 선박 명명식에서 여성이 대모를 맡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여성의 사회 진출을 금기하는 중동지역 정도다.

왜 여성들이 명명식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원이 있다. 북유럽 바이킹족이 활동하던 중세 초 선박을 새로 건조한 후 바다의 신에게 배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배가 '여성(she)'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명명식에서 밧줄 절단 후 뱃머리에 샴페인 병을 힘껏 부딪쳐 깨는데 이는 기독교에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세례 의식에서 여성의 대모는 같은 여성이 맡기 때문에 여성인 선박의 명명도 여성이 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 밖에 선박과 명명식장간에 연결된 밧줄을 도끼로 절단하는 것이 아기가 태어날 때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연결된 탯줄을 끊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선주사 가족을 비롯해 정계 관료 부인 등 고위 인사가 명명식 대모로 나서는 일이 많았다. 요즘에는 선주사 또는 조선사 직원의 가족 등 일반인의 참여가 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