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제약기업 매출 1위인 화이자제약이 국내에 제네릭(복제) 의약품을 처음으로 내놓는다.

화이자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 등의 신약으로도 유명한 회사다. 이러한 세계적인 제약사가 신약이 아닌 복제약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더군다나 타깃으로 삼고 있는 국내 시장은 100억원(약 9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5일 난소암과 유방암, 폐암, 방광암 등의 항암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일라이릴리사의 '젬자'의 복제의약품인 '젬시타빈'으로 200mg, 1000mg 두 종류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정청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허가로 화이자는 올해 안에 국내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연 한국화이자 전무는 "이번 허가는 한국화이자제약의 첫 제네릭 제품 허가다. 국내 제네릭 사업으로의 첫 진출을 의미한다. 혁신적인 신약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에 제네릭 제품을 더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허가가 이루어진 항암제 제네릭 제품 외에도 심혈관계 및 중추신경계질환 등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 영역의 퀄리티 제네릭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009년 4개의 사업부체제로 전환했다. 이 때부터 제네릭 사업은 이스태블리쉬트 프로덕츠 사업부에서 진행하면서, 이번에 허가 받은 항암제는 항암제 사업부에서 기존의 항암제와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제약사 '화이자', 한국에 항암제 '복제약' 내놓은 까닭은?
하지만 한국화이자가 야심차게 진출을 선언한 시장은 규모만으로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항암제인만큼 국내 시장에서 오리지널의 점유율은 큰 편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시장은 260억원이었고, 이중 일라이릴리의 시장점유율은 57%로 절반 이상이었다. 나머지 100억원 가량의 시장은 유한양행(13%), 종근당(13%), 동아제약(8%) 등이 삼등분하고 있다. 신풍제약,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도 미약하지만 뒤를 이었다.

국내 제약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젬자' 관련 제네릭 시장은 100억원 정도다. 7개 정도의 국내 업체들이 오리지널이 대부분인 시장에서 시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적인 제약사까지 뛰어들겠다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화이자가 불가피하게 선택했다는 업계의 의견도 있다. 신약 개발에 한계를 느낀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네릭 시장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4228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이 181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미국 화이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 예상치를 넘는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화이자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2억2000만달러(주당 28센트)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165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간 감소했고 전망치(166억3000만달러)에는 다소 못미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선 의사들이 다국적 제약사는 오리지널, 국내 제약사는 제네릭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국내사들을 홀대하기 일쑤였다"며 "신약 개발에 한계를 느낀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처럼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는 현실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력을 무시할지 두고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