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잇달아 정기예금 수준의 고금리를 준다는 자유입출금식 통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로는 고금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씨티은행의 '참 똑똑한 A+ 통장'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최고 연 4.5% 금리(세전)를 준다고 홍보한다. 현재 은행권 1년 정기예금 금리인 연 4% 안팎보다 높다.

자유입출금 예금은 언제든 고객이 요구하면 100% 내줘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은행에선 이 돈을 정기예금처럼 굴리기 어렵다. 일견 말이 안 되는 상품이다.

비밀은 실제론 연 4.5% 금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통장에 돈을 넣고 12개월간 인출 금액 없이 그냥 뒀을 경우 실제 금리는 연 3.3%다. 예치 기간이 1~30일인 경우 연 0.1%,31~121일 4.5%,121일 이후엔 연 3.3%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 4.5% 금리는 8월 이전 입금분에만 적용된다. 이후에는 31일 넘게 예치된 금액에 연 3.3%만 준다.

사실 연 3.3% 금리도 나쁘진 않다. 보통예금 금리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조건이 숨겨져 있다. '먼저 들어온 돈이 먼저 나간다(선입선출)'는 조건이다.

예컨대 1월 초 통장을 개설해 200만원을 입금한 뒤 카드값 공과금 등으로 한 달간 100만원이 빠져나간 경우 고객은 남은 100만원에 대해 연말까지 적어도 연 3.3% 금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고객이 2월에도 같은 식으로 100만원을 쓴다면,이 돈은 1월에 남은 금액이 나간 것으로 계산돼 연 0.1% 금리만 받게 된다. '31일 이상' 예치 조건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롭게 설계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유입출금 통장처럼 생각한다면 최종 금리는 연 2%대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