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뜻하지 않은 히트작'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판촉과 광고를 안한 제품이 매장에 놓인 지 보름 만에 3개월치 첫 물량이 '완판(완전판매)'되어서다.

주인공은 '케라시스 셀프워밍 프로그램'.미용실에서 모발관리를 받을 때 헤어케어 제품의 영양 성분이 빨리 흡수되도록 머리카락에 열을 가하는 데서 착안한 제품이다. 머리카락에 바르면 순식간에 섭씨 40도로 오르기 때문에 따로 열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애경이 이 제품을 출시한 것은 지난달 초.그때만 해도 '케라시스 셀프워밍 프로그램'은 애경이 매월 10개 이상 내놓는 신제품 가운데 하나일 뿐 '기대작'은 아니었다. 미용실에서 받는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은 데다 가격(에센스 · 30㎖ · 1만1900원)도 생활용품치고는 비싸기 때문이었다. 광고는 물론 웬만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실시하는 그 흔한 '1+1' 판촉도 안한 이유다.

케라시스 셀프워밍 프로그램의 진가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집에서도 모발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입소문을 타더니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인기를 끌자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인 올리브영의 담당 바이어가 애경 측에 "우리 매장에도 넣어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애경은 첫 물량이 완판되자 추가 생산에 들어가 한 달 새 7만개를 팔았다. 올해 말까지 예상판매 물량은 60만개다. 당초 이 제품을 출시할 때 예측했던 10만개보다 6배나 많은 규모다.

애경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에 대해선 '이 제품이나 저 제품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리는 방법은 광고를 통해 '유명하게' 하거나 판촉을 통해 '더 싸게'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며 "셀프워밍은 제품 자체의 특성에 힘입어 광고와 판촉 없이도 히트작 반열에 오른 이례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