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국가,국제통화기금(IMF)이 차기 IMF 총재로 밀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55 · 사진)이 25일 총재직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럽의 IMF 총재직 독식 체제를 종식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선출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브릭스를 대표하는 IMF 집행이사회 소속 이사들은 24일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최근 유럽 고위 관료들이 차기 IMF 총재도 유럽인이 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6개항의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IMF의 개혁이 시급하며,이를 위해서는 세계경제에서 비중이 커진 신흥국들의 역할이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최근 국제적인 합의는 국적이 아니라 투명하고 후보 능력에 기반을 둔 경쟁을 거쳐 차기 총재를 뽑도록 요구했다"면서 "IMF 총재가 반드시 유럽인이어야 한다는 한물간 관행은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차기 총재는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협의를 거쳐 선출돼야 IMF가 신뢰와 정통성을 얻는다"면서 "IMF 경영진에 신흥국의 대표성이 충분히 반영되는 것은 IMF의 정통성과 효율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흥국들의 이 같은 반발은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총재 선출 과정을 공정하게 주관해야 할 미국 출신의 존 립스키 IMF 수석 부총재까지 나서 라가르드 재무장관을 차기 총재로 지지하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립스키 수석 부총재는 차기 총재 후보자 신청서를 접수하는 첫날인 지난 23일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훌륭한 총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바람을 잡았다.

이날 성명은 26~27일 프랑스 도빌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선진국들이 밀실 거래를 통해 라가르드를 내정하지 못하도록 미리 경고한 것으로도 보인다.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중국인들도 라가르드를 지지하고 있다"고 흘리면서 신흥국들을 이간질했다.

한목소리로 반발한 신흥국들이 라가르드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세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신흥국들의 유력 주자이던 케말 데르비스 전 터키 재무장관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다른 후보들도 하마평만 무성할 뿐 후보 단일화를 위한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IMF는 호텔 청소부 성폭행 혐의로 구금돼 사퇴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후임을 다음달 30일까지 선출하기로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해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