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적 반등일까,'반짝' 호재일까. 2009년 하반기부터 1년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던 TV용 LCD패널 값이 이달 들어 소폭 오르면서 시황을 둘러싼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 1분기를 저점으로 'TV 수요 감소→패널 값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는 관측과 장기적으로 LCD패널 시장이 이미 성장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주요 기업들이 올해부터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2009년 말~2010년 초 반도체 치킨게임에 이어 LCD패널 치킨게임이 내년에 시작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된다.
TV용 LCD패널 값 반등… 바닥 찍었나
◆대형 TV패널 값 소폭 올랐는데…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이달 후반기 40~42인치 TV용 패널 값이 237달러로 전반기보다 2달러 올랐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달 전반기 3달러(4월 후반기 232달러→5월 전반기 235달러) 오른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반등한 것이다.

TV용 패널 값은 2009년 9월 360달러를 찍은 이후 20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달 들어 패널 값이 반등한 것은 중국 노동절 효과 덕분이다. 노동절 기간 중국 시장에서 LCD TV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업계에선 패널 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동절 기간 중국 TV판매 증가율이 작년보다는 못했지만 예상치에는 부합한 수준"이라며 "2분기부터 신학기를 앞두고 TV세트업체들이 패널구입량을 늘리는 추세여서 패널 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패널 값이 반등한 것은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패널업체들이 공장가동률을 낮춘 게 더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대만 AUO 등이 작년 초 대비 올해 초 공장가동률을 10% 가까이 낮추는 등 공급물량을 줄인 영향으로 패널 값이 반짝 상승했다는 얘기다.

◆내년 이후가 더 걱정…치킨게임 우려도

패널업계의 장기 불황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디스플레이 보고서를 통해 "LCD TV 판매량 증가속도가 갈수록 주춤거리고 있는 반면 주요 패널업체들이 올해 이후 대대적인 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패널 업계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40%에 육박했던 전 세계 LCD TV 판매 증가율(전년 대비)은 작년 31.6%에 이어 올해 13.2%로 떨어질 전망인 데 비해 주요 업체들이 중국에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패널 공급량은 급증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중국에 패널 공장을 짓는 업체는 8곳이 넘는다. 삼성전자가 이달 30일 쑤저우에 7.5세대 패널공장을 착공하고,LG디스플레이도 경기도 파주에 8세 대라인을 추가 증설하는데 이어 내년께 중국 광저우에 8세대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주요 업체들이 중국 패널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내년 이후 패널업체들간 치열한 치킨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