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친이,친박 이런 것 다 없애버리고 정책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등 한나라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정책과 노선을 추진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때 통상 모두발언에서는 의례적인 덕담을 건네는데,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설화법을 쓴 것은 당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 논리에 따라가지 말고…"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친이,친박으로 나눠 갈등을 빚지 말고 단합하라는 것과 여야 관계에서 여당이 중심을 잡으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친이,친박 이런 것은 다 없애버리고 국민들 앞에 신선하게 정책을 갖고 논의하라"는 것은 최근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당이 첨예한 갈등을 빚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특히 '7 · 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격해지면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레임덕 방지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장파는 소장파대로,친이와 친박 계파별로 각자 생각이 다른 측면이 있고 그러니까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이 단합해서 하는 게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친이,친박 거론이 계파 모임 해체를 의미하는지에 대해 그는 "그렇게까지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합을 하라고 했는데 계파 모임 같은 것이 보기가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논리에 따라가지 말라"며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정책 노선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소장파가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당,뼈있는 발언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으나 '뼈있는 발언'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개최하고 7대 무역수출국이 되는 등 국민의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개인에게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은 등록금 문제 등 서민경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경제위기 극복을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그 온기가 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당내의 비판적 시각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