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 대권의 분리를 규정한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반대 입장을 밝힌 반면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개진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19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정당이 있는 것이고 당은 국민 입장이 돼서 생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쇄신은 명분과 원칙을 상실하면 안 된다. 정당 정치의 개혁에 후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황 원내대표가 전했다. 황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당권 · 대권 분리 규정 개정 논의를 반대한다는 의미로 한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후보 경선 출마자는 선거일로부터 1년6개월 전에는 당대표 등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해 당권 · 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현행 당헌 · 당규는 2005년 박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았던 당시 홍준표 의원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박 전 대표와는 달리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는 당권 · 대권 분리규정을 전제로 7월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나설 뜻임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가진 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이 전당대회 참여 여부를 묻자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권 · 대권 분리 조항에 대해서는 "이 조항은 상식에도 안 맞고,당이 처한 현실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 지사도 이날 "대권 · 당권을 분리하면 '관리형 당대표'가 나온다. 이 규정은 당 스스로 정당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당헌 · 당규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전 대표는 소장파들이 요구하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 선출 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황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반면 소장파들이 추진하는 전(全)당원 투표제에 대해선 "계파에 의한 전대라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선거인단 확보는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은 선거인단을 20만명으로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선거라는 것은 표를 의식해서 치른다기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그리고 평상시 국민의 입장에서 해나가는 것"이라며 "당은 국민과 함께 당무를 해나가야 하며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왕도"라고 말해 당장은 당의 전면에 나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