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성원 5명인 팀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가장 능력 있는 여성을 승진시켜 팀장으로 앉혔더니 조직 안에서 갈등이 생기더군요.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상사를 존경할 수는 있지만 상사에게 무조건 '예스'라고 하지 마세요. 직원들의 도전적인 생각이 곧 기업의 부가가치니까요. "(패트릭 망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법무부로부터 한국 영주권을 받은 유럽 출신 기업인들이 기자와 만나 한국 기업의 분위기와 문화에 대해 '훈수'를 뒀다. 연공서열 위주인 데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영주자격을 받은 기업인은 스토킹어 회장(52)과 망지 부사장(53) 등 7명이다. 한국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이후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에서 추천한 기업인 중 '친한파'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인 자격으로 영주자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들은 기업인으로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특별한 공로를 세운 점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가이어 벡터코리아 대표(독일),필립 레니엑스 신한BNP파리바 서울지점 대표 겸 외국은행협회장(프랑스),레오 아킬라 파이박스 대표(핀란드) 등도 이날 영주자격을 받았다.

영주자격 수여자 중 가장 오랜 기간(13년) 한국에 살고 있는 스토킹어 회장은 한국 직원 110명을 고용한 트럼프코리아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인 부인을 둔 망지 부사장(프랑스)은 "나는 회의 때 일부러 '망가진다'"며 "직원들이 '보스도 저렇게 얘기하는데…'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다"면서 수직적인 문화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양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홀거 뒈레 하르팅코리아 한국지사장(48 · 독일)은 14년 전 부산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면서 한국인 친구들과 생선회에 소주를 마셨다"면서 "노래방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에 한국 내 투자 자문활동을 해온 울프강 슬로빈스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부회장(52 · 오스트리아)은 "시골에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외국인인 나를 신기해하며 몰려든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소기업들이 국제적 사업관행에 좀 더 유의해야 한다" "최근 KTX 사고 등을 방지하려면 엔지니어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제언도 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뒈레 지사장이 "한국인을 친구로 삼으면 잃을 일이 없다"고 한 마디로 그간 경험을 정리하자 모두들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