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한 11개 관공서에서는 금요일에 회식이 없다. 14년 동안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다. 상당수 공무원이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난다.

문화재청에 다니는 사무관 A씨는 "평일에는 오피스텔에서 지내지만 주말엔 가족이 있는 서울에서 지낸다"며 "처음보다는 나아졌다고들 하는데 지금도 대전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행정기관과 기업,대학이 집중돼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충남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몰려오고 있지만 지역 내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주말을 수도권에서 보내거나 매일 출퇴근 · 통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임준홍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3개 대학이 몰려 있는 천안은 전체 인구의 11%인 6만명이 대학생일 정도로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 도시지만 대학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서 통학한다는 학생이 82%에 달할 정도로 지역 내 정착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말부터 36개 정부 부처가 옮겨 가는 세종시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실이 지난 2월 세종시 이전 대상 공무원 1만1160명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1만179명)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답변은 46%에 불과했다.

가족은 수도권에 두고 '혼자 이주하겠다'는 답변이 41%였다. 아예 이주하지 않고 출퇴근하겠다는 응답도 13%에 달했다.

이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대부분 자녀 교육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섰지만 교육과 문화시설이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세종시에 외국어고나 과학고,예술고를 세우고 고려대나 KAIST 등 명문대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의 교육 환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공무원들의 걱정이다. 이미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경우에도 전학에 따르는 불편 때문에 '가족은 놔두고 가겠다'는 생각이 많다.

중 · 고등학생 자녀 2명을 둔 기획재정부 공무원 B씨는 "기러기 아빠는 싫지만 가족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적어도 5년간은 주말 부부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