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그룹 대주주 경영진들이 차명 대출금으로 회사를 사는 수법을 통해 재산을 숨긴 정황을 포착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그룹 대주주 경영진들은 2000년대 중반 차명으로 대출을 받아 자산 규모 46억원대인 저축은행 전산시스템 용역업체 D사의 주식 79%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역시 차명 주주를 내세워 D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D사는 2010년 기준으로 자산 46억2300만원에 자본금 20억원,매출액 34억6700만원(당기순이익 2억6900만원) 규모의 회사다.

검찰은 그룹 대주주 경영진이 영업정지 사태 수년 전부터 비슷한 수법으로 빼돌려 은닉한 재산이 상당하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D사의 주식 등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들이 차명대출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와 비자금이 정 · 관계 로비로 흘러갔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또 그룹 직원들에게서 대주주 경영진이 친 · 인척 등 지인 명의를 빌려 차명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바지 사장을 내세운 특수목적회사(SPC) 120곳을 관리한 부산저축은행 영업팀 직원들이 대주주 경영진들의 사적인 차명재산 관리에 직원들을 동원한 행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를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 브로커 윤모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건설회사 임원 출신인 윤씨는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측근으로 불법대출과 회계관리에 깊숙이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검찰의 공개수사가 시작되기 전 잠적했다가 전날인 17일 체포됐다. 한편 검찰은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책임재산 환수팀을 구성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